강 1 / 이성복 남들은 저를 보고 쓸쓸하다 합니다 해거름이 깔리는 저녁 미류나무 숲을 따라갔기 때문이지요 남들은 저를 보고 병들었다 합니다 매연에 찌들려 저의 얼굴이 검게 탔기 때문이지요 저는 쓸쓸한 적도 병든 적도 없습니다 서둘러 그들의 도시를 지나왔을 뿐입니다 제게로 오는 것들을 막.. 좋은 글 2019.06.11
서둘러 문을 닫는 사람은 문을 외롭게 하는 사람이다 / 고영 서둘러 문을 닫는 사람은 문을 외롭게 하는 사람이다 / 고 영 함께 나눠야 할 행복이 있어서 벽은 문이 되었다. 손잡이에서 작은 온기나마 느낄 수 있어서 문은 아직 희망이다. 초인종을 누른다. 손잡이를 놓치기 전에 문이 열렸으면. 기척을 기다린다. 닫혀 있는 문은 동굴 같다. 문이 열.. 좋은 글 2019.03.22
후회라는 그 길고 슬픈 말 / 고영 후회라는 그 길고 슬픈 말 / 고 영 아무 거리낌 없이 강물에 내려앉는 눈발을 맹목적이라고 허공에 쓴다 아픈 기억들을 불러내어 물 위에 놓아주는 강가 무늬도 없는 저녁이 가슴을 친다 하류로 떠밀려간 새들의 귀환을 기다리기엔 저 맹목적인 눈발들이 너무 가엷고 내겐 불러야 할 간절.. 좋은 글 2019.03.22
만약이라는 약 / 오은 만약이라는 약 / 오 은 오늘 아침에 일찍 일어났더라면 지하철을 놓치지 않았더라면 바지에 커피를 쏟지 않았더라면 승강기 문을 급하게 닫지 않았더라면 내가 시인이 되지 않았다면 채우기보다 비우기를 좋아했다면 대화보다 침묵을 좋아했다면 국어사전보다 그림책을 좋아했다면 새.. 좋은 글 2019.03.22
아녜스의 노래 [영화 '시' 中에서] 아녜스의 노래 그곳은 어떤가요 얼마나 적막하나요 저녁이면 여전히 노을이 지고 숲으로 가는 새들의 노랫소리 들리나요 차마 붙이지 못한 편지 당신이 받아볼 수 있나요 하지 못한 고백 전할 수 있나요 시간은 흐르고 장미는 시들까요 이제 작별을 할 시간 머물고 가는 바람처럼 그림자.. 좋은 글 2017.01.14
[스크랩] 가지 않은 길 - 로버트 프로스트 항상 내 책상 맞은편의 벽에 붙어있는 이 시.. 내가 공부하다가 잠시 머리를 들면 바로 보이는 위치에 있다. 중학교 1학년때의 선생님께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시라고 우리에게 나누어 주셨다. 그 때는 1학년으로써의 담임선생님과의 마지막 수업이었다. (음악선생님 이셨음 ) 이 시를 우리에게 나누.. 좋은 글 2011.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