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이성복 사진/ 이성복 중학교에서 고등학교 올라갈 때 아버지가 우겨서 딴 이름의 학교로 옮겨가게 되었습니다 나는 친구들 보기 창피하다고 밥도 안 먹고 울었습니다 아버지가 원하시던 학교에 들어가 처음 교복 입고 노란 교표 달린 모자 쓰고 찍은 사진을 아버지는 늘 지갑 안에 넣고 다니셨.. 좋은 글 2019.07.27
사진 / 이성복 사진 / 이성복 중학교에서 고등학교 올라갈 때 아버지가 우겨서 딴 이름의 학교로 옮겨가게 되었습니다 나는 친구들 보기 창피하다고 밥도 안 먹고 울었습니다 아버지가 원하시던 학교에 들어가 처음 교복 입고 노란 교표 달린 모자 쓰고 찍은 사진을 아버지는 늘 지갑 안에 넣고 다니셨.. 좋은 글 2019.07.27
호랑가시나무의 기억 / 이성복 □ 1 먼지 낀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짐 실은 트럭 두 대가 큰길가에 서 있고 그 뒤로 갈아엎은 논밭과 무덤, 그 사이로 땅바닥에 늘어진 고무줄 같은 소나무들) 내가 짐승이었으므로, 내가 끈적이풀이었으므로 이 풍경은 한번 들러붙으면 도무지 떨어질 줄 모른다 □ 2 국도에는 먼지.. 좋은 글 2019.07.03
편지 / 이성복 □ 1 그 여자에게 편지를 쓴다 매일 쓴다 우체부가 가져가지 않는다 내 동생이 보고 구겨 버린다 이웃 사람이 모르고 밟아 버린다 그래도 매일 편지를 쓴다 길 가다 보면 남의 집 담벼락에 붙어 있다 버드나무 가지 사이에 끼여 있다 아이들이 비행기를 접어 날린다 그래도 매일 편지를 쓴.. 좋은 글 2019.07.03
치욕에 대하여 / 이성복 치욕은 아름답다 지느러미처럼 섬세하고 유연한 그것 애밴 처녀 눌린 돼지 머리 치욕은 달다 치욕은 따스하다 눈처럼 녹아도 이내 딴딴해지는 그것 치욕은 새어 나온다 며칠이나 잠 못 이룬 사내의 움푹 패인 두 눈에서, 아지랭이! 소리 없이, 간단 없이 그대의 시야를 유린하는 아지랭이.. 좋은 글 2019.07.03
초록 가지들은 인광(燐光)의 불을 켜들고 / 이성복 비가 온다 오늘 저녁에도 나무는 그의 불안을 둥글고 화목한 집으로 만든다 젖어 초록 가지들은 인광(燐光)의 불을 켜 들고 불과 불 사이, 어두운 데를 골라 부리 긴 새들은 불편한 잠을 준비한다 어디엔들 못 가랴, 바람에 몸 비비는 관목(灌木)들 앞세우고 사유지(私有地)의 무너지고 머.. 좋은 글 2019.07.03
죽음 / 이성복 □ 1 키 큰 말 한 마리 검은 눈을 껌벅거린다 몇 번 더 껌벅거리다가 종내 눈을 감는다 말의 속눈썹이 파리 다리에 난 무성한 털 같다 검은 철사로 엮은 꽃 □ 2 거친 산비탈에 엎어진 그대가 물 속에 잠기고 물 먹은 쥐처럼 배가 불러도 비는 나직이 내려 귓바퀴 속으로 흘러든다 비는 내려.. 좋은 글 2019.07.01
이제는 다만 때 아닌, 때 늦은 사랑에 관하여 / 이성복 이제는 송곳보다 송곳에 찔린 허벅지에 대하여 말라붙은 눈꺼풀과 문드러진 입술에 대하여 정든 유곽의 맑은 아침과 식은 아랫목에 대하여 이제는, 정든 유곽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한 발자국을 위하여 질퍽이는 눈길과 하품하는 굴뚝과 구정물에 흐르는 종소리를 위하여 더럽혀진 처녀.. 좋은 글 2019.07.01
이별 1 / 이성복 당신이 슬퍼하시기에 이별인 줄 알았습니다 그렇지 않았던들 새가 울고 꽃이 피었겠습니까 당신의 슬픔은 이별의 거울입니다 내가 당신을 들여다보면 당신은 나를 들여다봅니다 내가 당신인지 당신이 나인지 알지 못하겠습니다 이별의 거울 속에 우리는 서로를 바꾸었습니다 당신이 나.. 좋은 글 2019.06.30
요단을 건너는 저 가을빛 / 이성복 요단을 건너는 저 가을빛 물결을 지우며 달리는 나룻배 한 척 마음도 그와 같아서...... 꺼지리라, 꺼지리라 저 불꽃 꺼지고 나면 거짓말로 위로하고 위로받으리라 좋은 글 2019.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