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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녜스의 노래 [영화 '시' 中에서]

찰나21 2017. 1. 14. 18:22


아녜스의 노래




그곳은 어떤가요


얼마나 적막하나요


저녁이면 여전히 노을이 지고


숲으로 가는 새들의 노랫소리 들리나요


차마 붙이지 못한 편지


당신이 받아볼 수 있나요


하지 못한 고백


전할 수 있나요


시간은 흐르고 장미는 시들까요


이제 작별을 할 시간


머물고 가는 바람처럼 그림자처럼


오지 않던 약속도


끝내 비밀이었던 사랑도


서러운 내 발목에 입 맞추는 풀잎 하나


나를 따라온 작은 발자국에게도


작별을 할 시간


이제 어둠이 오면


다시 촛불이 켜질까요


나는 기도합니다


아무도 눈물은 흘리지 않기를


내가 얼마나 간절히 사랑했는지 당신이 알아주기를


여름 한낮의 그 오랜 기다림


아버지의 얼굴 같은 오래된 골목


수줍어 돌아앉은 외로운 들국화까지도


내가 얼마나 사랑했는지


당신의 작은 노랫소리에 얼마나 가슴 뛰었는지


나는 당신을 축복합니다


검은 강물을 건너기 전에


내 영혼의 마지막 숨을 다해


나는 꿈꾸기 시작합니다


어느 햇빛 맑은 아침


다시 깨어나 부신 눈으로


머리맡에 선 당신을 만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