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면서 그렇게 유쾌하지 않은 영화다. 한마디로 정신건강에 안 좋은 영화다. 솔직히 내 개인적인 취향이나 정서에는 맞지 않는 영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 긴장감도 있고 흥미로운 구석이 있는 영화다.
스탠리 큐브릭- 영화광들 사이에서는 거의 신격화되어 있는 감독이다. 흔히들 그를 부를 때 '완벽한 테크니션'이라 칭한다. 결벽증적인 연출로 유명한 감독이다. 이 영화를 촬영하면서도 배우와 많은 마찰을 빚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잭 니콜슨은 이 영화를 찍고 나서 다시는 스탠리 큐브릭과 작업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한 테이크를 찍는데도 많게는 백번까지 테이크를 가는데 누가 그와 작업을 하고 싶겠나. 나라도 혀를 내두르며 진저리나서 안 할 것이다. 잭 니콜슨의 입장을 십분 이해하고도 남는다.
잭 니콜슨은 이 영화에서 거의 경지에 오른 연기를 펼친다. 자신이 맡은 캐릭터를 마치 장난감처럼 갖고 논다. 표정이나 제스처, 말투 모든 게 마치 자로 잰 듯이 계산된 것처럼 완벽하게 연기한다. <샤이닝>에서의 그의 연기를 보고 있노라면 정말 그가 진짜로 광인이 아닌가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약간 과장된 연기라고 볼 수도 있겠으나 오히려 그의 연기는 사실적이다. 언뜻 팀 버튼의 '배트맨'의 조커가 중간 중간에 떠올려진다. 이 영화에서 가장 웃음이 박장대소로 터졌던 장면이 있다. 웬디가 잭에게 방망이를 휘두르려 하자 잭이 그녀에게 다가가면서 약간 약 올리듯이 말하며 방망이를 뺏으려하자 잭이 머리에 방망이를 얻어맞고 계단에서 굴러 떨어진다. 이 시퀀스가 가장 흥미롭고 웃겼다. 상황은 코미디가 아닌데.. 심각한 장면임에도 왜 그렇게 웃음이 나던지... 내 개인적인 생각에 여주인공 역할을 맡은 셸리 두발은 왜 캐스팅 된 걸까? 얼굴도 정말 못생긴 추녀에다 연기도 어색한 이 배우를 왜 써먹었는지 모르겠다. 이런 이유로 제일 짜증나는 캐릭터가 셸리 두발이 연기한 '웬디'다. 영화에서 보면 잭과 대니의 액션에 반응하는 웬디의 리액션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짜증을 유발시킨다. 왠지 그들에게 늘 끌려다니며 어쩔줄 몰라하는 모습에 웬디에겐 감정이입조차 쉽지 않다.
영화에서도 나오지만 제목인 '샤이닝'은 서로 말로서 대화하지 않아도 상대방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것 또는 특정한 공간에서 과거에 있었던 일과 미래에 일어날 일을 알 수 있고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일종의 샤머니즘적인 단어라고 볼 수 있겠다. 대니 로이드가 섬뜩하게 연기한 '대니'는 샤이닝을 가지고 있는 아이다. 그가 보는 것들은 전부 과거에 실제로 일어났거나 앞으로 일어날 일들이다. 대니는 친구도 없고 대화상대는 입 속의 친구인 '토니' 뿐이다. 처음엔 토니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았다. 그러나 점점 토니가 대니를 점령하기 시작하고 토니가 대니를 대신해 말을 한다. 샤이닝은 결코 좋은 능력이라 말할 수 없다. 끔찍한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스탠리 큐브릭의 훌륭한 연출을 간혹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대니가 'redrum'이란 단어를 립스틱으로 문에다 쓰는데 그것이 거울에 좌우가 바뀌어 비치면서 'murder(살인)'가 된다. 곧이어 잭이 도끼로 문을 부수기 시작한다. 그외에도 잭이 외치는 대사 "자니가 왔다"는 너무도 유명한 대사다. 그리고 눈이 엄청나게 쌓인 미로를 잭의 시점 샷으로 스태디캠을 이용하여 대니를 계속해서 따라가는 시퀀스는 너무나 유명하다. 하나 더, 대니가 장난감 차를 몰 때 카메라가 뒤에서 부드럽게 따라가는 장면도 보면서 어떻게 찍었을까 궁금하게 만드는 장면이다.
<샤이닝>에서 가장 반복해서 등장하는 장면은 붉은색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서 핏물이 홍수처럼 범람하는 이미지다. 앞으로 끔찍한 일들이 벌어짐을 이미지를 통해서 감지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두 꼬마 자매도 같은 맥락이다. 두 꼬마는 이미 호텔에서 아버지에게 살해당한 아이들이다. 영화는 오프닝부터 음산한 음악을 깔고 험한 산 도로를 차가 달리는 장면으로 시작하여 공포 장르의 영화임을 각인시킨다.
이 영화는 많은 촬영기법이 도입된 영화다. 요즘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 '줌인' 이라든지 항공촬영 그리고 아까 언급했던 스태디캠 etc. 영화적으로 공간 자체가 호텔 내부가 주공간이다보니 보는 관객 입장에서도 협소함과 폐쇄공포증이 생겨난다.
사실 영화를 여러 번 반복해서 봐도 내가 확실히 내용을 제대로 이해했는지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 결국 그들이 모두 유령이란 의미가 아닌가? 아니면 그들 중 일부만이 유령이던가. 마지막 엔딩에서 보여준 잭의 사진 속 모습과 날짜는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무엇이 실재이고 무엇이 환상인가. 어떤 게 진실일까? 나름대로 가닥을 잡아보지만 해답이 풀리진 않는다. 감독이 관객인 나에게 주는 정보가 많지 않기 때문에. 관객이 맘대로 해석하라는 무책임한 태도인지.
지금 봐도 충격적인 장면이 꽤 등장한다. 영화광들 사이에선 대단한 영화로 인식되는 <샤이닝>. 그러나 나에게는 대단한 영화는 아닌 것 같다. 그렇다고 형편없는 영화도 아니다. 그냥 그럭저럭 나름 몰입하면서 본 영화다.


★★★
범작이다. 이 영화가 왜 그토록 추앙받을 정도로 대단한 평가를 받는지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렇다고 형편없는 영화는 아니다. 나름 그럭저럭 흥미롭게 본 영화다. 내 개인적인 취향이나 정서에는 맞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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