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빈민가 출신의 18살 청년 '자말'은 '누가 백만장자가 되고 싶은가'라는 인기 퀴즈쇼에 출연한다. 학교 근처에도 가 본적 없는 자말이 예상을 깨고 백만 루피를 획득하자, 경찰에 사기혐의로 체포된다. 가혹하게 심문을 당하던 그는 경찰의 취조에 솔직함으로 대응한다. 결국 경찰은 자말의 솔직함에 그에 대한 의심을 풀고 그를 풀어준다. 자말은 퀴즈쇼 사상 첫 2천만 루피에 도전하기 위해 곧바로 방송국으로 달려가고 이 모든 행동의 근원인 자말의 사랑 '라띠까'는 그를 멀리서 지켜보고 있다. 과연 자말은 이 무모해 보이는 도전을 성공할 수 있을까? 라띠까를 다시 되찾을 수 있을까?








뭐 꽤 볼만한 영화다. 대니 보일의 감각적인 연출과 영상이 돋보인다. 어찌 보면 그건 대니 보일의 전작들에서도 알 수 있는 그만의 스타일이다. 그렇기에 신선하거나 놀랍진 않다. 다만 전작들보다 스타일면에서 좀 더 과감해진 듯하다. 한마디로 정상적인 구도가 거의 없다. 45도 각도로 카메라가 틀어져 있거나 비뚤어져 있다. 카메라 워킹도 핸드헬드가 많으며 역동적인 화면을 만들기 위해서 움직임도 빠르고 카메라가 정신없이 왔다 갔다 한다. 카메라만 빠른게 아니라 편집도 굉장히 속도감 있게 붙어서 더욱더 역동적으로 느껴진다. 최대한 컷을 나눔으로서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배우들에 대해 말한다면, 전부 모르는 배우들이라 낯설기도 한데 딱히 연기에 대해선 언급할 필요를 못 느낀다.
'인도'는 서구인들에게 여전히 생경함과 탐색의 욕구를 자극시키는 나라다. 어떻게 보면 지저분하고 더러운 나라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인도의 매력에 빠진 사람들이 꽤 많다. 실제로 인도를 배경으로 한 영화도 꽤 많이 만들어졌다. 예를 들면, '다즐링 주식회사'라든가 '홀리 스모크' 등등이 있다. 나 자신은 개인적으로 인도란 나라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거야 뭐 내 취향이니까. 아무튼 이 영화를 만든 나라는 영국이고 영미권의 사람들이다. 물론 영국에 인도인들이 많이 거주한다는 사실은 웬만한 사람들이라면 알 것이다. 그럼에도 서양인들이 인도를 바라보는 관점이 들어가 있다고 볼 수도 있겠다. 정확히는 모르겠다. 어찌됐든 인도를 배경으로 하고 그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지만 만든 사람이 서양인들이니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지도 모른다.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영화다. 아카데미에서 왜 이렇게 말랑말랑한 영화에게 작품상을 수여했는지는 고개가 잘 끄덕여지지는 않는다. 아카데미가 선호하는 무게감 있는 엄청난 연출력의 영화도 아니고 너무 밝고 화사하기만 한 영화인데.. 좀 의외다.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의 영화는 아닐지라도 그래도 무게감이 별로 없는 이 영화에 상을 준건 좀 미스터리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이 영화은 중첩된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다. 크게 세 가지의 플롯으로 진행되다가 후반부에 가면 하나의 구조로 귀결된다. 첫 번째 플롯은, '자말'이 심문을 당하면서 겪는 플롯이고 두 번째 플롯은, 자말이 퀴즈쇼에서 문제를 푸는 내용의 플롯이다. 세 번째 플롯은, 자말의 어린 시절부터 진행되는 연대기를 따라가는 플롯이다. 처음 보면 약간 헷갈릴 순 있으나 결과적으로 적절한 이야기 진행 방식이라고 판단된다. 어쨌거나 관객들로 하여금 흥미를 유발시킬만한 구성 방식이었다.
또 하나 특이한 점은, 영화가 시작되면 관객들에게 퀴즈가 주어진다는 점이다. 관객들도 저마다 문제에 대한 답을 생각할 것이다. 물론 나는 이야기 따라가느라 문제는 신경 쓰지도 않았다. 문제에 대한 답은 엔딩에서 암전이 되면서 나온다. 참으로 신선한 발상이다. 결국 주인공인 '자말'만 퀴즈를 푸는 것이 아니라 관객들도 함께 퀴즈를 푸는 주인공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위대한 점은 한 아이의 삶을 퀴즈에 빗대어 풀어낸다는 데에 있다. 즉 퀴즈가 인생이고 인생이 퀴즈인 셈이다. 한 사람의 삶에 퀴즈의 대부분의 정답이 다 들어가 있는 것이다. 결국 정답에서도 나오지만 자말이 결코 머리가 좋은 천재라서 백만장자가 된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속임수를 쓸 만큼 얍삽한 인물도 아니다. 그러기엔 그는 너무 솔직하다. 결과적으로 그 모든 것이 운명이라는 결론이다. 퀴즈쇼에 나가게 된 것도 '라띠까'를 만난 것도... 하나의 퀴즈가 주어지면, 그 문제에 얽힌 자말의 과거 경험이 답으로서 제출된다. 놀라운 일이다.
자말의 어린 시절부터 청년이 되기까지의 일대기는 이야기적으로 봤을 때 솔직히 상투적이고 진부한 면이 있다. 한마디로 새롭진 않다는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퀴즈를 통한 인생 이야기와 흥겨우면서도 마음을 움직이는 음악, 감독의 세련된 연출, 스토리텔링 방식들이 그런 상투성을 극복하고 보완해준다고 생각된다. 컬러풀한 색감과 천진난만한 아역배우들의 연기, 역동적인 촬영이 눈을 즐겁게 하고 심장을 뛰게 만든다. 대니 보일은 역시 아시아 문화에 대한 깊은 관심과 열정의 시선을 가진 감독이라고 생각된다. 전반적으로 활기가 넘치고 흥에 겨운 영화다. 물론 후반부로 가면, 라띠까에 대한 순정으로 몸살을 앓는 자말의 모습이 등장해 나름 진지함과 안타까움도 느껴지기도 한다. 이 영화의 테마곡이라 할 수 있는 마음을 울리는 음악이 깔리면서 자말과 라띠까가 재회하는 엔딩 장면은 가장 인상적이고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결국 자말의 잃어버린 사랑 찾기가 영화의 주제인 것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뻔한 이야기를 어떻게 요리하느냐에 따라 매력적인 영화가 될 수도 있고 그저 진부한 영화가 될 수도 있다 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당연히 전자에 속하는 영화다.
영화는 달콤하지만, 자말은 백만장자가 됐지만, 현실에서의 그들 혹은 우리네 삶은 냉혹하기 이를 데 없다. 비참하기도 하고 비극적이기도 하다. 그것이 유감스러울 뿐.


★★★☆
총을 쏘는 장면이 두번 나오는데 그 때마다 감독은 피를 보여주지 않는다. 베게 또는 지폐를 이용해 피를 감춘다. 이는 보다 많은 관객들을 포섭하기 위한 묘책이었다고 보여진다. 영화는 달콤하지만 정작 현실은? |
'영화평' 카테고리의 다른 글
Shallow Hal (0) | 2010.07.06 |
---|---|
Wonder Boys (0) | 2010.07.03 |
If Only (0) | 2010.06.24 |
The Shining (0) | 2010.05.23 |
Phone Booth (0) | 2010.05.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