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

Paris, Texas

찰나21 2010. 5. 10. 07:12

 

영화 줄거리

트래비스는 사막 한가운데를 떠돌다 목이 말라 근처 주유소 가게에 들른다. 가게에서 얼음을 우걱우걱 씹던 트래비스는 바닥에 쓰러진다. 병원에서 트래비스를 진료하던 의사는 소지품을 뒤지다 연락처를 발견하고 트래비스의 동생 월트에게 연락이 닿는다. 월트는 트래비스를 데리러 텍사스로 오게 된다. 트래비스는 월트에게 거리를 두지만 월트의 설득으로 두 사람은 동행 길에 오르게 되고 어느덧 월트의 집에 도착한다. 월트가 그의 부인 '앤'과 같이 아들처럼 키워온 '헌터'는 트래비스를 친아버지로 받아들이기 어려워한다. 하지만 월트와 트래비스는 점점 가까워지고 그 사실을 감지한 앤은 점점 불안하다. 앤은 트래비스에게 그의 아내 '제인'에 대한 비밀을 털어놓는다. 결국 트래비스는 아들 헌터와 함께 제인을 찾으러 떠나는데...

영화 감상평
나의 평가
형편없어요형편없어요형편없어요형편없어요형편없어요

 

 

 

 

 

 

해도 해도 너무하다. 이렇게 기절초풍할 정도로 지루하고 거의 고문에 가까운 영화는 참 오랜만이다. 예술적 자아도취에 빠진 영화라고 생각한다. 아트 필름이라는 껍데기에 그 속을 들여다보면 공허한 메아리만 있는 아주 몹쓸 영화. 차라리 쌈마이 영화라고 내세우면서 저질스런 코미디를 보여주는 영화가 더 솔직하고 진실하다. 이건 정말 가식적이고 위선적인 영화라 할만하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점은 영화가 너무 길다는 것이다. 근데 더 문제는 쓸데없이 길다는 것이다. 굳이 이렇게 길게 늘어뜨리지 않아도 충분히 관객으로서 이해가 가능한 영화인데 말이다. 실제로 장면 장면이 너무 길고 편집이라는 개념이 전혀 통용되지 않은 영화라고 보여진다. 물론 이 영화가 1984년도 영화라는 사실을 감안하고서라도 너무 심했다. 요즘과 같은 빠른 편집과 컷 넘김은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감독이 너무 보여주고 싶은 장면이 많아서인지 이야기가 끝나도 될 시점인데도 또 하나의 사건을 만들어서 계속해서 장면을 연결시킨다. 감독의 욕구는 알겠으나 보는 사람 입장도 생각해야 할 것 아닌가. 이것은 감독의 이기적인 욕망에 불과하다. 실제로 이 영화는 매우 간단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문제는 플롯이다. 간단하게 짧게 끝내도 될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고 있다. 트래비스가 우연히 동생 월트를 만나게 되고 월트와의 동행 끝에 그의 친아들 '헌터'를 만난다. 트래비스는 헌터와 같의 그의 아내 제인을 만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는 게 이 영화의 스토리다. 충분히 1시간 반에서 2시간 사이에 끝낼 수 있는 영화를 두 시간 반에 가깝게 영화를 만든 것은 감독의 게으름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다.

 

이 영화가 특히 지루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헐거운 이야기 구성과 더불어서 너무도 잔잔하다는데 있다. 시종일관 이 영화는 잔잔하다. 물론 중간 중간에 에피소드는 있지만 그다지 시선을 끌지 않는다. 그냥 물 흐르듯이 흘러갈 뿐이다.

 

지루하게 느껴지는 이유 중의 또 하나는 촬영에 있다. 롱 테이크가 빈번히 등장하는데다 익스트림 롱 샷이 많이 등장한다. 지금 현시대의 영화에서는 잘 쓰지 않는 촬영기법이다. 물론 간혹 쓰이는 경우도 있으나 흔치 않다. 방금 말했던 롱 테이크나 익스트림 롱 샷은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사용된다. 주관적인 감정이입 보다는 먼발치서 거리를 두고 지켜보게 만듦으로서 일종의 관조적인 태도를 관객으로 하여금 취하게끔 하는 일종의 소격효과다. 이 영화는 전형적인 아트 필름의 품새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익스트림 롱 샷은 광활한 배경을 보여주기에 적합한 동시에 한없이 작은 인간을 보여주기에도 적합하다. 롱 테이크는 샷이 끊기지 않고 주욱 이어지면서 연결성을 주지만 자칫 잘못하면 지루함을 안겨주기에 더없이 좋은(?) 촬영기법이다.

 

이 영화에서 미장센은 전혀 볼 게 없고 다만 이국적인 풍경은 눈에 들어온다. 특이한건 미국의 텍사스를 배경으로 한 장면에서 마치 아프리카나 무슨 제3세계의 풍경을 보는듯한 착시현상을 경험한다는 사실이다. 이 영화는 독일인 즉 유럽인의 시각으로 바라본 미국을 보여준다. 미국에서 촬영했지만 사실 이 영화는 미국영화가 아니다. 유럽영화다. 이 사실을 모르더라도 영화를 보면 미국영화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미국영화라고 하기엔 낯설고 이국적이며 이질감이 느껴진다. 그리고 연출 스타일이 이미 할리우드 문법이 아니다.

 

이 영화는 로드무비다. 빔 벤더스의 특기 아닌가. 사실 미국만큼 로드무비를 찍기에 좋은 나라가 어디있을까. 광활한 대지와 들판, 그리고 황야. 차를 타고 가면서 그들은 대화하고 소통한다. 먼 길을 여행하다보면 서로 속에 있는 말도 하게 되고 그러다보면 오해도 풀어지고 그런 거 아닌가.

 

<파리, 텍사스>- 사실 제목에서 나온 파리는 우리가 흔히 인식하는 프랑스의 파리가 아니고 텍사스 주에 있는 지명이다. 나도 사실 처음엔 프랑스의 파리라고 생각했다. 근데 그게 문제될 건 없다. 왜냐면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월트도 똑같이 오해했고 심지어 그의 아버지는 그걸 이용해서 사람들을 속였으니까. 아무튼 텍사스의 파리는 트래비스에겐 의미 있는 곳이다.

 

이 영화에서 전반부는 트래비스와 월트가 중심이고 후반부는 트래비스와 헌터가 중심이다. 트래비스는 제인을 만나러간다. 솔직히 지금도 이해가 안간다. 왜 트래비스는 제인과 헌터만 상봉시키고 그 자신은 왜 빠져나갔을까? 비겁하다. 뭐가 두려워서? 유리를 사이에 두고 트래비스와 제인이 서로의 감정을 장황하게 털어놓는 장면에선 별다른 감흥이 느껴지지 않는다.

 

오프닝과 엔딩을 살펴보자. 이 영화는 사막 한가운데서 트래비스가 홀로 걷는 장면으로 시작되고 홀로 차를 몰고 어둠 속을 질주하는 장면으로 끝이 난다. 결국 그는 혼자다. 그의 주위에는 아무도 없다. 사막이나 도심의 도로나 황량하기는 마찬가지다. 이것은 그의 심리상태를 대변해주는 공간이기도 하다. 결국 변한 건 아무것도 없다. 그는 여전히 홀로 방황하며 떠도는 운명일 뿐이다.

 

재밌는 사실 하나, 헌터가 내뱉는 대사 중에 '스타워즈'를 인용한 대사가 있다는 사실. 그 당시 시대상을 녹여낸 대사로 여겨진다.

 

(평점: 1)1980년대 당시의 공기를 나름 느낄 수 있다. 물질문명 속에서 가족이 해체되고 정신적으로 영혼의 가뭄을 느끼는 트래비스의 가족을 되찾기 위한 고군분투를 다룬 로드무비. 공허하고 지루하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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