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

Phone Booth

찰나21 2010. 5. 16. 03:33
영화 줄거리
뉴욕에서 잘 나가는 홍보 대행업자 '스투 셰퍼드'. 그 날도 스투는 그의 조수 '애덤'을 데리고 뉴욕 거리를 활보하며 바쁘게 전화를 걸고 받는다. 애덤과 헤어지고 그 날도 어김없이 어느 공중전화 박스로 들어가는 스투. 아내 몰래 만나는 여자 '팸'에게 전화를 걸고 어김없이 작업을 걸지만 실패로 끝난다. 전화기를 내려놓고 뒤돌아서는데 갑자기 전화벨이 울린다. 전화를 받자마자 이상한 소리를 하는 남자. 장난전화인줄로 여기고 별 대수롭게 생각 안 하던 스투는 곧이어 남자에게 협박을 당한다. 알고 보니 그 남자는 스투를 어디선가 노리고 있는 저격수다. 저격수와 계속해서 입씨름을 하던 스투는 전화기를 사용하려는 세력과 마찰을 빚게 되고 스투의 멱살을 잡은 '리안'이 저격수의 총에 맞아 죽는다. 그로 인해 스투는 살인자로 몰리고 경찰이 출동한다. 저격수와 경찰 그리고 아내와 팸이 보는 앞에서 스투는 최종적인 선택의 기로에 놓이는데...  
영화 감상평
나의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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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런타임을 가지고 있지만 나름 매력있는 영화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공간이다. 한정된 공간에서 조여 오는 긴장감과 스릴은 <폰 부스>의 가장 큰 장점이다. 이 영화는 폰 부스라는 공간과 그 주변의 거리 풍경 그리고 주인공의 단벌의상으로 로케이션 없이 말 그대로 뽕을 뽑는 영화다. 제작비가 얼마나 들었는지 모르지만 이렇게 기발한 착상만으로도 실용적으로 영화를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나름 할리우드 상업영화지만 제작비가 많이 들지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경제적인 영화가 있을 수 있나. 물론 경찰차 동원이나 사람 동원에서 지출이 있었겠지만 그건 기본적인 지출일 뿐이다. 한정된 공간은 비단 제작비 감소에만 영향을 준 게 아니라 영화 내러티브에도 영향을 주었다. 즉 짜임새 있는 이야기구조가 만들어지게 되었고 영화에 팽팽한 긴장감이 형성되게 되었다. 80분이라는 짧은 런타임 속에서 내러티브는 압축되었고 이야기는 간결해졌다. 이 모든 것들이 이 영화의 힘이다. 반대로 얘기하면 '좀 뭔가 부족해'라고 생각할수도 있다. 너무도 짧은 런타임 속에서 우리가 영화를 다 보고 느끼는 것들은 그렇게 많지가 않다.

 

이 영화가 좀 불편한 점은 관객들에게 뭔가 교훈을 주려고 한다는 사실이다. 일종의 계몽영화라고 볼 수도 있겠다. 그런 의미에서 스투를 저격하려던 저격수가 결국 스투를 죽이지 않고 그에게 '정직하게 살면 돼'라고 충고하며 떠나는 결말은 좀 허탈하다. 솔직히 주인공인 스투가 죽든 안 죽든 그것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왜냐면 이 영화의 흥미는 결말에 있는 것이 아니고 과정에 있기 때문이다.

 

 키퍼 서덜런드는 엔딩에서 한번 얼굴을 내비치고 영화 내내 음성으로만 연기를 한다. 일단 목소리부터가 정말 저격수의 목소리를 지니고 있어서 캐릭터에 설득력을 부여한다. 냉소적이며 차갑고 음울한 그의 음성은 듣는 것만으로도 위압감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처음엔 장난전화로 여겼던 스투도 점점 그의 목소리에 압도당한다. 콜린 패럴은 괜찮은 배우다. 연기가 자연스럽고 길들여지지 않는 야성의 거친 매력이 있는 배우다. 포리스트 휘터커는 중반부부터 등장하는데 역시 노련한 배우다. 안정감 있는 연기를 보여준다.

 

사실 영화를 보다보면 현실성이 좀 떨어지는 부분들이 있다. 예를 들어, 스투가 계속해서 부스에서 전화기를 붙들고 있는 것에 그렇게 성화를 피며 창녀들이 달려드는 모습들이나 그것도 모자라 험상궂은 남자가 야구 방망이로 부스의 유리를 깨부수는 모습들은 사실 영화적으로 과장된 장면들이다.

 

조얼 슈마커는 영화 내내 보여지는 한정된 공간이 주는 답답함을 조금이나마 해소시키기 위해 스투를 중심화면으로 잡고 그 사이에 자그만한 프레임을 삽입해서 다른 공간과 다른 인물의 상황을 보여주는 연출 방식을 택한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나의 분석이다. 또한 다양한 앵글을 카메라로 보여주면서 역동적인 화면을 만들어낸다. 이를테면 클로즈업이나 부감 샷, 스투의 시점으로 보여지는 건물의 창문들을 속도감있게 훑고 지나가는 장면 그리고 스투의 살 떨리는 얼굴을 고속촬영으로 보여주는 장면 등등. 빠른 편집도 영화에 속도감을 더한다. 이 모두가 한정된 공간에서 영화가 진행되는데 있어서 그것들을 보완해주는 것들이다.

 

전체적으로 푸른 색감을 일정한 톤으로 유지하고 있다. 이것은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에도 적합한 선택이라고 본다. 뭔가 건조하면서도 삼엄한 공기가 느껴진다고나 할까.

 

키퍼 서덜런드가 연기한 저격수는 일종의 신의 대리자이다. 그는 마치 자신이 하나님이라도 된 냥 주인공 스투를 교화시키려 한다. 선한 자에겐 복을 주고 악한 자는 징벌을 받아야 한다는 게 그의 논리다. 스투는 분명 좋은 사람은 아니다. 그렇다고 그가 살인을 저지르거나 강도짓을 한 범죄자도 아니다. 단지 아내를 속이고 바람을 피웠다는 게 그의 유일한 죄다. 뭐 남을 깔보고 목표를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술수를 사용했다는 것도 그의 죄가 될 수도 있겠으나 어쨌건 저격수가 그를 택한 주된 이유는 그거다. 근데 어떤 누구도 그를 심판할 자격은 없는 것이다. 저격수는 자신만의 신념으로 그를 정죄하여 그를 죽이려한다. 이것은 정당화될 수 없는 일이다. 도대체 무슨 권리로 그를 심판하겠단 거지? 저격수 자신도 그렇게 도덕적인 인간은 아닐 것이다. 그 또한 사람이고 그야말로 총을 들이대고 협박하는 범죄자와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아내 몰래 바람피우는 것보다 총을 들이대며 협박하는게 더 큰 죄다. 스투는 그의 아내에게 죗값을 치르는 게 맞다. 저격수가 아니고. 그런 면에서 <폰 부스>는 정치적으로 보수주의적 의식이 담긴 영화라고 볼 수 있다. 영화의 결론은 너무 단순하고 계몽적이라 당혹스럽다.

 

<폰 부스>는 좀 더 나은 영화가 될 수도 있었다. 이것이 조얼 슈마커의 연출력의 한계라고 판단된다. 스릴이나 긴장감은 나름 있었지만 그게 영화의 전부가 되어버렸다. 그 이상의 어떤 여운이나 감흥은 느낄 수 없다. 그런 면에선 아쉽다.

 

 

★★★☆

완벽히 일치하진 않지만 리얼타임에 가까운 영화. 한통의 전화가 그의 인생을 바꾸고 말았다. 좋은 쪽으로. 키퍼 서덜런드가 위압감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연기한 저격수는 파시스트에 가깝다. 흥미롭지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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