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

오! 브라더스

찰나21 2024. 3. 5. 19:14

 

 

 

 

 

 

 

오! 브라더스 (2003/한국)

 

장르 코미디, 드라마, 가족

감독 김용화

출연 이정재, 이범수, 이문식, 류승수,

        김준희, 박영규, 이원종, 김형자,

        공형진

 

 

 

감상평

나의 평가 ★★☆☆☆

 

할리우드식 코미디 드라마를 충무로에 가져와 어설프게 이식시킨 영화. 2000년대 초반 충무로의 주된 경향이었던 조폭 코미디와 할리우드식 휴먼 드라마를 버무린 이질적인 조합의 영화다. 이 영화의 개연성이 떨어지는 작위적인 플롯과 저급한 코미디 그리고 억지 감동을 유발하는 신파 드라마는 한마디로 구제불능이다. 단순함의 극치를 달리는 단세포적 영화. 21년 전 영화임을 감안하더라도 다분히 진부하고 상투적이며 도식적이고 유치하다. 연출, 연기, 각본 어느 것 하나 온전한 게 없는 총체적 난국이다. 이 영화가 김용화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이때만 하더라도 그가 장차 충무로의 마이더스의 손이 될 것이라고 예측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기본기가 갖춰져 있지 않은 하자투성이 데뷔작인 데다 일시적인 흥행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산업적으로 분명 그는 현재 충무로에서 중요한 감독이지만 작품적으로는 언급할 가치가 없는 감독이라 하겠다. 

 

대다수는 조로증 환자라는 캐릭터의 특이성 때문에 이범수를 언급하겠지만 도리어 나는 이정재의 연기를 눈여겨봤다. 오버 연기로 일관하며 뭔가 겉도는 듯한 연기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이범수와 달리 이정재의 연기는 비교적 자연스럽고 안정돼 보였기 때문이다. 다만 이정재가 아버지가 자기에게 주려고 주머니에 간직했던 꼬깃꼬깃한 피 묻은 만 원짜리 지폐 네 장을 이범수에게서 건네받으며 오열하는 결말 부분에서의 장면은 관객한테 억지 눈물을 강요하는 탓에 보기가 괴로웠다. 관객의 눈물을 배우가 다 뺏어 가 버리니.. 좋은 영화는 배우가 관객에게 눈물을 양보한다. 도무지 절제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과잉의 미학(?)을 추구하는 영화다. 보는 내내 관객의 실소를 자아낸다. 가령 감독은 퀴어 유머를 장난스럽게 배치한다. 영화 제목도 장난기 다분하긴 마찬가지. 중의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여전한 의문.. 주인공 캐릭터를 왜 하필 우리에게는 낯선 조로증 환자로 설정했는지.. 왜 천진난만한 조로증 환자를 조폭으로 탈바꿈시켜야 했는지.. 조폭 코드 없이는 가족 드라마는 불가능한 것인지.. 미덕이라고는 없는 영화. 확실히 지금과는 사뭇 다른 2000년대 초반의 감성이 물씬 느껴져 색달랐다. 그게 미덕이라면 유일한 미덕이라 하겠다. 

 

사족 하나, 오프닝 장면에서 카메오로 등장하는 불륜 커플 공형진과 김형자는 카페 데이트(?)를 한다. 근데 공형진은 오렌지주스를 김형자는 녹차를 마신다. 음료를 통해 둘의 세대 차를 은유한 재치 있는 연출이다. 

 

사족 둘, 영화 도처에 패러디가 깔려 있다. 이정재와 류승수가 일하는 회사 이름은 '굿 펠라스'이다. 스코시즈의 '좋은 친구들'의 원제이기도 하다. 이범수는 '사탄의 인형 2'의 처키를 패러디한다. 이정재와 류승수가 이범수를 조폭으로 변신시키려고 거울 앞에서 이범수의 헤어스타일을 다양하게 연출하는 장면에서는 배경 음악도 그렇고 왠지 '투씨'를 연상케 했다.

 

 

★★

가족 자본주의 개과천선하다. 막장 코미디에서 위선적이고 교훈적인 드라마로의 변질. 불량 학생이 막판에 이르러 모범생 코스프레하는 꼴. 좌충우돌 옥신각신하다 종국엔 해피 엔딩으로 끝나는 상업 영화의 클리셰를 고스란히 답습하는 한심한 영화. 오 형제들, 만족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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