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이 나기 전에 꽃을 내뱉는 살구나무,
중얼거리며 좁은 뜰을 빠져 나가고
노곤한 담벼락을 슬픔이 윽박지르면
꿈도, 방향도 없이 서까래가 넘어지고
보이지 않는 칼에 네 종아리가 잘려 나가고
가까이 입을 다문 채 컹컹 짖는 중년(中年) 남자들
네 발목, 손목에 가래가 고인다, 벌써 어두워!
봄밤엔 어릴 때 던져 올린 사금파리가
네 얼굴에 박힌다
봄밤엔 별을 보지 않아도 돼,
네 얼굴이 더욱 빛나 아프잖아?
봄밤엔 잠자면서 오줌을 누어야 해
겨우내 밀린 오줌을, 꼭, 그러나
이마는 물처럼 흐르고
미끄러운 유리 입술,
벽은 뚫고 나가기엔 너무 두껍고
누군가 새어들 만큼 얇아
아무래도 네 영혼은 누, 눈 감고 아, 아, 아옹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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