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비교적 젊은 시절을 볼 수 있는 영화다.
이 영화를 논하려면 어쩔 수 없이 '쇼생크 탈출'을 언급할 수밖에 없다. 참고로 이 영화는 '쇼생크 탈출'보다 정확히 15년 먼저 나온 영화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쇼생크 탈출'에 한참 못 미친다는 게 내 판단이다. 비록 '쇼생크 탈출'보다 먼저 제작된 영화지만 완성도나 대중성에 있어서 '알카트라스 탈출'은 평범한 영화다. '쇼생크 탈출'이 혹 이 영화를 모방한 게 아닐까 생각이 드는 장면이 몇 있다. 가령, 옷에 담은 시멘트 부스러기를 몰래 걸어가면서 버리는 장면이나 주인공 프랭크의 동료 죄수가 쥐에게 음식을 몰래 주는 장면이 그렇다. '쇼생크 탈출'에선 대신 쥐가 아니라 새였지. 이런 사소한 장면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부분에서도 '쇼생크 탈출'과 흡사하다. 일단 제목이 비슷하다. 제목에서 암시하는 바와 같이 이 영화도 탈출을 소재로 삼고 있다. 주인공이 탈출에 성공하는 것도 똑같다. 다만 '쇼생크 탈출'과는 달리 이 영화에서는 탈출에 완벽히 성공했다는 정확한 결론은 내리지 않는다. 다만 성공했을 거란 추측이 지배적인 것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잉글리시'란 인물은 흡사 '쇼생크 탈출'의 모건 프리먼이 연기한 '레드'를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꼭 주인공을 괴롭히려 드는 인물이 등장한다. 물론 결론은 실패로 끝난다. 괴롭히려드는 본인만 다친다. 그 인물이 게이라는 것도 똑같다. 대부분의 감방에는 게이가 꼭 한두 명씩은 있나보다. 그 외에도 교도소 간수들의 행태나 소장의 권위적인 모습, 교도소 내부의 풍경들은 두 영화가 거의 비슷하다. 물론 교도소 내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가 서로 완전히 일치하는 건 아니지만 여러모로 비슷한 부분이 많다.
그럼 이 시점에서 '쇼생크 탈출'과 이 영화의 차이점을 분석해보자. 이 영화는 굉장히 건조하다. '쇼생크 탈출'과 달리 극적인 요소가 부족하다. '알카트라스 탈출'의 단점 중의 하나는 탈출하는 장면을 지나치게 자세하게 보여준다는 점이다. 이 영화는 한마디로 '탈출' 그 자체가 목적인 영화다. 프랭크를 포함한 세 인물의 목적이 탈출이듯이 이 영화의 목적도 마찬가지란 얘기다. '알카트라스 탈출'은 오로지 '탈출'에만 집중한다. 반면 '쇼생크 탈출'은 탈출이 다가 아니다. '쇼생크 탈출'은 탈출 그 너머에 존재하는 희망이나 자유, 구원에 대해서 말하는 영화다. 그러니까 더 심도 깊은 영화라고 말할 수 있겠다. 그에 비해 '알카트라스 탈출'은 탈출하기 전의 교도소에서 벌어지는 죄수들의 모습이나 에피소드들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것이다. 실제로 이 영화에선 교도소 내부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모습들이 담겨지지 않는다. 당연히 흥미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미 제목에서부터 관객은 주인공이 탈출에 성공하는 내용의 영화라는 사실을 알고 보게 된다. 그럼 보는 관객인 내가 기대하는 건 뭘까. 당연히 탈출하기 전까지의 과정이다. 여기서 내가 말한 과정은 오로지 탈출을 위한 과정이 아니라 교도소 내부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나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말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알카트라스 탈출'은 빈약하기 짝이 없다. 오로지 감독이 강조하는 것은 서스펜스와 스릴이다. 사실 그런 면에서는 성공한 영화다. 실제로 영화를 보면서 간이 콩알만 해지는 듯한 긴장감을 느꼈으니까. 그런 면에서 주인공 프랭크는 정말 간이 부은 인간이다. 어떻게 감히 탈출을 결심했을까? 현실적으로 봤을 때 정말 가능성이 희박한데 그는 뭘 믿고 행동으로 옮겼는지 싶다. 물론 목숨을 내놓고 한 짓이니까. 근데 어쨌거나 강인한 인물임에는 틀림없다. 거기다가 머리까지 좋으니 금상첨화 아닌가. 배짱과 두뇌가 그가 탈출에 성공하게끔 만든 요인이라고 볼 수 있겠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확실히 캐릭터가 분명한 배우다. 무뚝뚝하고 고집이 세며 마초적인 기질은 꼭 클린트 이스트우드 그 자신을 닮았다. 약간의 삐딱한 영웅의 이미지라고나 할까. 좀처럼 웃지 않는 무표정의 얼굴과 툭툭 내던지는 몇 마디 되지 않는 어투에선 냉소적인 기운을 물씬 느낀다. 마치 세상 풍파 다 겪은 사람의 모습이랄까.
'쇼생크 탈출'에선 주인공인 앤디 혼자서 탈출을 시도하지만 이 영화에선 프랭크를 포함한 세 사람이 탈출을 시도한다. 그것은 알카트라스 감옥은 쇼생크 감옥보다 훨씬 탈출에 성공하기가 힘든 환경요건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알카트라스는 말 그대로 섬에 지어진 교도소다. 해안을 끼고 있기 때문에 탈출했다 쳐도 대부분 익사해서 죽고 만다. 혼자서는 탈출이 거의 힘든 요건을 갖추고 있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 소장은 프랭크 일행이 익사해서 죽었을 것이라고 말을 한다. 그것은 그의 오도된 신념이거나 아니면 그렇게 믿고 싶어서 일 것이다.
'쇼생크 탈출'과 달리 '알카트라스 탈출'은 영화가 끝나고 여운이 남지 않는다. 왜냐면 감동이 빠졌기 때문에. 그들의 탈출은 극적이지만 앤디의 탈출만큼 절실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통쾌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감독은 프랭크가 탈출에 성공할 것임을 암시로서 영화 곳곳에 슬며시 배치해둔다. 음악이 거의 깔리지 않아서 좋기도 하지만 심심하기도 하다.
프랭크와 그의 일행들은 자유를 찾아 어디로 향했을까. 영화가 끝난 후, 그들의 삶이 궁금해진다. 감옥에서 나온 그들은 과연 행복할까? 혹시 몸은 자유를 찾았지만 그들의 영혼도 자유를 찾았을까?


★★★
감동없는 드라마.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 오로지 주인공의 탈출에 한 우물을 파는 감독의 우직한(?) 연출. 교도소에서 벌어지는 일상들을 섬세하게 잡아냈다면 훌륭한 영화가 됐을 것이다. '쇼생크 탈출'이 그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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