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대 이상이다. 사실 개인적으로 로맨틱 코미디에 식상함을 느끼고 진지하고 어두운 영화 쪽으로 기울던 나의 관심사를 조금은 돌려놓은 영화라고 말할 수 있겠다.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 로맨틱 코미디를 멀리하게 되는 이유였는데 '브리짓 존스의 일기'는 가볍기도 하지만 도무지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있는 영화다.
사실 이 영화가 매력적일 수밖에 없는 데는 무엇보다 '브리짓 존즈'라는 인물 때문이다. 이 말은 결국 브리짓 존즈를 연기한 르네이 젤웨거 때문이란 말과 일맥상통한다. 르네이 젤웨거의 가장 매력적이고 귀여운 모습을 볼 수 있는 영화다. 사실 르네이 젤웨거가 브리짓 존즈를 연기한다고 했을 때 원작의 팬들은 결사적인 반대를 하였다. 이유는 미국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미국인이 영국 악센트를 배우면 문제 없는 거 아닌가. 근데 더 근본적인 이유는 르네이 젤웨거의 마스크가 영국인스럽지 않다는 데에 있다. 미국 텍사스 출신의 남부 시골처녀에다 북유럽의 혈통을 가지고 있는 그녀이기에 이러한 반대는 꽤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는 것. 영화가 개봉되자, 처음에 그녀의 캐스팅을 반대했던 수많은 무리들의 원성은 금세 쑥 들어가고 말았다. 오히려 그녀의 연기에 찬사를 보내며 최고의 캐스팅이란 말이 나오기에 이르렀다. 나 역시 이 영화를 보면서 르네이 젤웨거의 연기에 박수를 보낸다. 너무나도 천연덕스럽게 영국 억양을 써가며 자연스럽게 브리짓 존즈라는 인물에 젖어들어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대단한 배우라고 느꼈다. 표정 하나하나, 몸짓 하나하나가 정말 인상적이다.
휴 그랜트는 역시 그 자신에 어울리는 바람둥이 역할을 얄밉도록 연기한다. 그는 단언컨대 로맨틱 코미디의 황제다. 존재자체만으로도 영화의 흥미를 돋우는 천생 로맨틱 코미디 배우다. 그와 더불어 콜린 퍼스도 로맨틱 코미디에 잘 어울리는 배우다. 무뚝뚝하면서도 시니컬한 그렇지만 마음은 따뜻한 '마크 다시'란 인물을 자연스럽게 소화한다. 휴 그랜트와 콜린 퍼스를 보면 꼭 배우의 덕목이 카리스마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한다. 두 배우는 강렬한 연기를 선보이지는 않지만 부드러우면서도 차분한 연기를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선보이는 배우들이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는 워킹 타이틀이 제작한 영화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로맨틱 코미디하면 '워킹 타이틀'을 무의식적으로 떠올리게 된다. 그 자체가 브랜드가 된 것이다. 워킹 타이틀의 영화라면 사실 믿을만하다. 물론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영국의 향취가 진하게 묻어나는 워킹 타이틀의 영화들. 할리우드의 로맨틱 코미디와는 약간의 차이점이 있다. 할리우드식 로맨틱 코미디가 자극적이고 인공적인 반면에 워킹 타이틀의 로맨틱 코미디는 절제되면서도 휴머니즘이 느껴진다고 볼 수 있다. 워킹 타이틀의 로맨틱 코미디는 좀 더 푸근하고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느낌이다.
로맨틱 코미디답게 '브리짓 존스의 일기'도 결말은 해피엔딩이다. 우리가 로맨틱 코미디를 재미있게 보는 것은 결말 때문이 아니다. 엎치락뒤치락하는 그 과정 속에서 재미를 느끼는 것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 브리짓 존즈는 30대 노처녀다. 그럼에도 20대인 남자가 봐도 충분히 공감할 여지가 있는 영화다. 여자나 남자나 어차피 똑같은 사람인데 다를 게 뭐 있겠나. 사실 브리짓 존즈는 특별한 인물은 아니다.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는 캐릭터다. 그렇기에 더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는 것이다. 영화 속 대사처럼, 술고래에다 골초에 거기다가 수다쟁이. 외적인 요건만 봤을 땐 어떤 남자도 그리 호감을 가질 여자는 아니다. 그럼에도 그녀의 순박함과 솔직함은 대니얼과 마크 두 남자에게 호감으로 다가온다.
겉보기에 대니얼은 세련되고 신사답고 위트가 넘치는 남자다. 반면에 마크는 변호사지만 무뚝뚝하고 냉소적이며 건방져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이것은 다 겉치레일 뿐이다. 브리짓 존즈도 처음엔 대니얼에게 마음을 열지만 그가 뼛속까지 바람둥이라는 사실을 알고 이내 마음을 닫는다. 반대로 마크는 속된말로 독설만 내뿜는 비호감이었지만 뒤늦게 그의 진정성을 깨닫고 마음을 열기에 이른다. 이건 분명 우리 모두가 마음속에 새겨야할 부분이다. 요즘 사람들에겐 씨알도 안 먹힐 말이지만, 남자나 여자나 사람은 외모로만 판단할 게 아니라 내면을 봐야한다는 것이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는 이 추운 겨울에 따뜻함을 느끼기에 더없이 좋은 영화다. 굉장히 드라마가 잘 구축된 영화다. 비록 러닝타임은 짧지만 감동과 즐거움을 느끼기엔 충분하다. 다만 영화에 나오는 몇몇 설정은 문화적인 차이로 인해 이해하기 좀 힘든 부분도 있다. 영화에 등장하는 귀에 익은 감미로운 음악들이 더욱더 감동을 배가시킨다. 너무나도 예쁘고 사랑스런 영화다.
개인적으로 영화의 오프닝 크레디트와 함께 'All By Myself'를 립싱크 하듯이 혼자 따라하며 절규의 몸부림을 치는 브리짓 존즈의 모습이 압권이었다. 거기에 더해서 브리짓 존즈가 팬티에다 겉옷만 살짝 걸친 채 눈 내리는 밤거리를 활보하는 마지막 시퀀스 역시 인상적이었다.
전 세계 솔로들이여! 일어나라!


★★★★
기대했던 것보다 더 재밌다. 워킹 타이틀에서 만든 로맨틱 코미디는 거의 대부분 성공이다. 르네 젤웨거는 브리짓 존스라는 인물에 완벽하게 녹아들어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비록 뚱뚱하고 골초지만 매력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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