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

Rushmore

찰나21 2009. 12. 6. 02:06
영화 줄거리
명문 사립학교 '러시모어'에 재학 중인 맥스 피셔. 그는 학교에서 다재다능한 여러 활동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그러나 학업외의 활동에 많은 시간을 투자한 나머지 정작 학업 성적은 좋지 못하다. 거기다 친구라곤 꼬마 '더크' 밖엔 없다. 그런 그에게 러시모어의 초등학생을 가르치는 '크로스' 선생님이 나타난다. 크로스 선생님을 보고 드디어 사랑에 빠지게 된 맥스. 크로스 선생님을 위해 학교에다 수족관 건립을 하려고 철강재벌 '블룸'에게 접촉을 시도한다. 결국 맥스는 학교로부터 퇴학을 당하고 공립학교로 전학을 가게 된다. 그 사이 블룸은 흑심을 품고 크로스 선생님에게 접근하기 시작하고 이 사실을 안 맥스는 블룸에게 복수를 다짐하는데... 과연 맥스는 크로스 선생님의 마음을 얻어낼 수 있을까?
영화 감상평
나의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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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훈훈한 영화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이 영화는 '캐릭터 영화'다. 잘 만든 캐릭터 하나가 영화를 살린다는 격언(?)을 다시금 상기시키는 영화다. 그만큼 영화에선 캐릭터가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다. 물론 캐릭터가 아닌 잘 짜인 플롯만으로도 흥미로운 영화를 만들 수 있고 액션이나 시각효과 만으로도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다. 그럼에도 영화에서 캐릭터가 차지하는 비중이나 중요성은 굉장히 크다. 입체적이고 흥미로운 캐릭터 하나만 있어도 영화를 이끌어 가는데 무리가 없을 정도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맥스 피셔'라는 인물은 흥미로운 캐릭터다. 지금 시점에서 보면 매우 신선한 캐릭터라고 보긴 힘들지만 그럼에도 묘한 매력을 풍기는 캐릭터다. 어떤 평론가는 맥스 피셔라는 캐릭터에 대해서 왕따라는 다소 불명예스런 타이틀을 붙여주었다. 근데 사실 왕따라고 단순화 시켜서 규정지을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니다. 내 개인적으로 보자면 그렇다. 그보단 또래 동기들보다 좀 더 적극적이고 엉뚱하며 순수한 캐릭터라고 보는 게 바람직하다. 영화를 보다보면 맥스가 특별히 왕따를 당하거나 하는 장면조차 등장하지 않는다. 물론 주위 사람들로부터 약간 별종이라는 인식을 갖도록 하는 인물이긴 하다. 그 또한 그 사람들의 일종의 편견일 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떤 타인에 대해 인식할 때 하나로만 규정지으려는 몹쓸 병이 있다. 그 사람의 다른 모습은 보지 않고 단면만 보고 그게 마치 전체인 냥 단순화시켜 버리는 경우가 너무도 많다.

 

맥스는 굉장히 활동적이고 너무나도 적극적인 인물이다. 학업보단 학업 외의 활동으로 더 바쁜 인물이다. 그런 그가 사랑에 빠졌다. 학교 선생님을 사랑하게 된 것이다. 너무나도 순수해서 선생님에게 한없이 빠져든다. 현실에서도  그렇지만 선생님과 학생의 사랑이 이뤄지기가 어디 쉽겠나. 거기다가 '블룸'이라는 이름의 유부남이 그 틈에 끼어든다. 물론 맥스와 블룸은 친구다. 그런데 이렇게 늘어놓고 보니 굉장히 심각한 스토리로 느껴진다. 근데 이 영화는 그렇게 심각하지 않다. 시종일관 웨스 앤더슨 감독은 잔잔하면서도 유쾌하게 그들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쿨 하면서도 밝고 가벼운 터치로 관객들을 흐뭇하게 만든다. 물론 당사자인 그들은 전혀 유쾌하지 않겠지만. 어쨌든 맥스에겐 정말 심각한 상황이며 마음 속에 상처가 되는 일이었다.

 

영화를 보면서 어떤 영화가 떠올랐다. '천하장사 마돈나'라는 제목의 한국영화 말이다. 그 영화에 나오는 '오동구'란 캐릭터가 '맥스 피셔'라는 인물과 오버랩 된다. 물론 똑같진 않지만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영화의 전체적인 톤이나 느낌도 '천하장사 마돈나'와 비슷하다. 확실히 느낄 수 있다. 물론 이 영화가 '천하장사 마돈나'보단 먼저다.

 

'맥스 피셔' 역할을 맡은 제이슨 슈워츠먼은 굉장히 사실적으로 연기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인상적인 연기였다. 빌 머리는 말할 것도 없다. 사실 빌 머리가 연기한 '블룸'이란 인물은 어떻게 보면 패배자에 가깝다. 부인에게 버림받고 자신보다 나이도 훨씬 어린 맥스를 상대로 유치하게 대응하는 모습들을 보면 그렇다. 항상 술과 담배에 찌들어 늘상 별 볼일 없는 모습들만 보여준다. 빌 머리는 특유의 무표정으로 이 시니컬한 캐릭터를 사실적으로 연기해낸다. 그는 카리스마 넘치는 배우는 아니지만 누구보다도 절제된 연기를 잘 소화해내는 엄청난 배우다. 두 남자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선생님 역할을 맡은 올리비아 윌리엄스도 자연스러운 연기로 극의 균형을 지탱해준다.

 

확실히 웨스 앤더슨은 냉소적인 유머에 탁월한 연출자다. 사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영화가 너무 단조롭다거나.. 밋밋하다던가.. 심심하다고 투덜댈 사람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솔직히 6년 전에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땐 내가 그런 심정을 느꼈으니까. 근데 시간이 지나고 다시 찬찬히 살펴보니 정말 재밌고 유쾌한 영화였다. '최고!'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분명 의미있는 좋은 영화다. 사실 그렇게 대단한 이야기를 담고 있진 않다.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고 심지어는 자신이 직접 체험했을 법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러나 결코 시시하지 않다. 굉장히 소박하면서도 진심이 담긴 영화다.

 

특히 '맥스 피셔'라는 캐릭터는 정말 사랑스러운 캐릭터다. 사랑의 상처 때문에 객기를 부리기도 하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인물이다. 말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캐릭터와 더불어서 묘한 매력이 있는 영화다. 굉장히 미국적이면서 유머코드가 남다른 독특한 영화다. 유머를 남발하지 않고 한 박자씩 쉬어가면서 템포를 조절하는 능력이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웨스 앤더슨은 미국 영화에서 없어서는 안 될 창의적인 감독이다. 아참! 음악을 빼놓을 수 없다.  

 
★★★☆
 
맥스는 루저가 아니다. 정작 루저는 따로 있었다. 허먼 블룸. 돈은 많지만 부인에게 푸대접 받고 말썽꾸러기 아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패배주의자. 그런 그가 맥스를 통해 조금은 변화된다. 물론 주인공은 맥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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