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

Love Actually

찰나21 2009. 12. 19. 04:15
영화 줄거리
발랄하고 귀여운 비서 '내털리'에게 반해버린 새로 부임한 영국 수상. 엄마를 잃은 슬픔에 헤어 나오지 못할 거라 염려하는 새 아빠에게 사실은 좋아하는 여자가 있음을 깜짝 고백하는 꼬마 샘. 작은 별장에서 소설을 쓰다가 도우미로 온 '오렐리아'에게 빠져버린 제이미. 직장 동료를 오랫동안 짝사랑해온 새라. 오로지 남편만을 바라보며 살아왔지만 남편의 외도를 알아챈 캐런. 그렇게도 속을 썩였지만 나이 50이 넘어서도 곁에 있어주는 매니저를 둔 노장 가수 빌리. 가장 친한 친구의 아내 '줄리엣'을 남몰래 좋아하지만 겉으로 내색 안하며 쌀쌀맞게 구는 마크. 영국 여자는 자기 취향이 아니라며 미국 여자를 만나기 위해 미국으로 무작정 떠나는 젊은이 콜린. 이들의 8가지 사랑 이야기가 펼쳐진다. 과연 이들은 각각 그들만의 사랑을 쟁취할 수 있을까?
영화 감상평
나의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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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만든 영화다. 이 영화를 처음 본 게 대략 5년 전이다. 그 때나 지금이나 감동은 여전하다. 다만 너무 빈틈없이 때깔 나게 만든 영화라 거부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솔직히 말해서 영화적 깊이는 없지 않은가. 물론 로맨틱 코미디에서 깊이를 바라는 건 지나친 기대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어쨌든 이건 장르의 문제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만도 않다. 영화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솜사탕처럼 마냥 달콤하기만한 영화. 먹을 땐 달고 맛있지만 먹고 나면 입안 전체가 달달한 게 이빨만 썩는 꼴이다. 마찬가지로 영화를 보는 순간에는 한없이 따뜻하고 달콤하지만 보고 나면 특별히 남는 게 없다. 물론 약간의 여운은 남는다. 엔딩에서 보여주는 모자이크와 음악. 공항에서 서로 포옹하는 사람들의 따뜻한 모습. 여운이 남는다.

 

5년전 이 영화를 봤을 때와 지금 보는 이 영화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그 때보단 덜 감동적이다. 크리스마스를 1주일 앞두고 한번 꺼내봤다. 드라마 구성이 잘 짜인 영화다.

 

'러브 액츄얼리'는 여러 명의 인물들이 한꺼번에 등장하는 영화다. 그런 점에선 '매그놀리아'나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과 동일하다. 각각의 인물들은 하나의 커플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서 언급한 커플은 꼭 남녀 간의 관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아버지와 아들, 남편과 아내, 남자와 여자, 가수와 매니저 등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각의 커플들은 다른 커플과 만나기도 하고 스쳐지나가기도 한다. 서로 알고 지내는 관계도 더러 있다. 이 영화의 대단한 점은 각각의 커플별 스토리가 정확하게 골고루 분배되어 있다는 점이다. 지나침이나 모자람이 없다. 그래서 어느 누구도 소외되는 인물이 없다. 사실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도 바로 그 점에 기인한다. 만약 이 영화가 하나의 플롯이었다면 큰 감동을 줄 수 없었을 것이다. 다층적인 플롯으로 인해 영화가 전체적으로 풍성해지고 더욱더 힘있게 관객들에게 어필한다.

 

사실 영화 보면서 진부하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오히려 새롭고 신선하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 각각의 에피소드들이 너무나 흥미롭고 눈을 뗄 수가 없다. 재밌는 장면들이 많이 나온다.

 

사실 '러브 액츄얼리'가 영화가 잘 만들어진 이유는 각본과 연출의 힘뿐만 아니라 배우들의 연기에 힘입은 바가 크다. 물론 캐릭터를 잘 만들어놨기 때문에 배우들은 그저 캐릭터에 맞게 연기했을 것이다. 어쨌거나 배우들 간의 호흡이 좋고 무엇보다 자연스러운 연기가 너무 좋았다. 특히 빌 나이는 유명한 배우는 아니지만 이 영화에서 그 누구보다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그의 대사 한마디 한마디에 배꼽 잡으며 웃었다. 휴 그랜트는 역시 로맨틱 코미디의 황제답다. 물론 콜린 퍼스도 좋았지만 휴 그랜트를 이길 순 없다.

 

'러브 액츄얼리'에서 인상적인 시퀀스는 미국 대통령이 방문하는 시퀀스다. 휴 그랜트가 연기한 영국 수상은 미국 대통령이 그의 비서에게 껄떡대는 장면을 목격한다. 이 장면에서 영국이 미국에 대해 갖는 애증어린 시선을 엿볼 수 있다. 역사적으로, 영국의 청교도들이 미국을 개척했지만 어쨌든 작금의 현실은 영국이 미국에게 납작 엎드리는 자세로 있는 것이 사실이다. 빌리 밥 돈튼이 깜짝 등장해서 연기한 미국 대통령은 남의 나라 비서에게 추파나 던지고 거만하게 앉아서 강압적인 태도를 보이는 한마디로 인격 없는 사람으로 그려진다. 뭐 사실 부시 대통령이 실제로 그런 모습을 보였으니 감독이 그려낸 미국 대통령의 모습은 과장된 모습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오히려 당시 미국 대통령의 사실적인 모습을 그려냈다고 봐야 한다. 일종의 풍자다. 영국 수상은 미국 대통령에게 더 이상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을테니 단단히 준비하라며 강력한 메시지를 전한다. 이 장면은 흡사 영국이 미국에 대해서 속으로 끙끙 앓았던 불만이나 억압된 감정을 토해내는 듯한 모습으로 보여서 인상적이었다. 현실에선 그렇게 못하지만 영화에서만큼은 영국이 미국에 대해 하고 싶었던 말을 한 것이다. 영국 사람들은 이 장면을 보고 얼마나 통쾌해했을까. 한국과 일본을 대입시키면 딱 바로 느낌이 올 것이다.

 

명장면이 많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스케치북 고백 장면이나 오렐리아와 제이미가 물에 뛰어드는 장면 등등 정말 많다.

 

영화는 공항 장면으로 시작해서 공항 장면으로 끝이 난다. 공항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존재한다. 만나면 서로 포옹하고 키스하고 정을 나눈다. '러브 액츄얼리'는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사랑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제목 그대로 우리 주변 가까이에 있다고 말한다. 또한 용기있는 자만이 사랑을 쟁취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물론 우연을 통해 사랑이 시작되기도 한다. 그러나 우연을 사랑으로 만드는 것도 용기이고 노력이다. 사랑에 대한 깊이있는 시선은 없지만 다양한 인물들의 각각의 사랑 이야기를 통해 매우 명료하고 친숙하게 사랑에 대해 접근한다. 

 

영화를 보면 마음이 참 따뜻해지지만 현실로 돌아오면 여전히 가슴 한구석이 시리다. 이번 크리스마스는 정말 따뜻하게 보내고 싶다. '러브 액츄얼리'처럼.  

 
★★★☆
 
솜사탕 처럼 달콤하면서도 난로 처럼 따뜻한 영화. 드라마 구성이 너무나도 잘 짜여진 영화. 배우들의 자연스런 연기가 보기 좋다. 사랑에 대한 깊이있는 시선보단 명료하면서도 친숙하게 사랑에 대해 접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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