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춤에 대한 열정이 남다른 새라는 줄리어드 댄스 스쿨을 목표로 구슬땀을 흘려왔다. 그러나 오디션 당일, 가게 일이 바쁜 새라의 엄마는 제 시간에 도착하지 못하고 새라는 혼자 시험장에 들어간다. 서두르던 새라의 엄마는 그만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새라는 그 이후 춤을 포기하고 절망에 빠진다. 엄마와의 이별로 아버지와 같이 살게 된 새라. 새라는 흑인들이 거의 대부분인 학교로 전학을 오게 되고 '데릭'이라는 이름의 남학생을 알게 된다. 데릭은 새라에게 힙합 댄스를 가르쳐주게 되고 그들은 서로 점점 가까워지는데...








내가 이 영화를 처음 본 게 5년 전이었다. 그 당시에는 솔직히 재미있게 봤다. 지금 다시 보니 그렇게
재밌는 영화는 아니다. 아무래도 그 때와는 영화를 보는 관점이 많이 바뀌었을 테니까. 예전에는 무조
건 재미만 있으면 장땡이었지만 지금은 재미 외에도 다른 부분을 요구하게 되었다. 사실 이 영화는
'하이틴' 영화다. 미국의 십대 남녀를 주인공으로 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영화인 것이다. 지금 내
나이에 가볍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 당연한 것 아닌가. 전형적인 할리우드 영화다. 다만 기존의 하이틴
영화와 차별화된 부분은 사뭇 진지한 구석이 있다는 점이다. 가벼운 코미디가 아니다. 진지한 드라마
다. 또 하나 특이할만한 점은 흑인 남자와 백인 여자의 로맨스라는 것이다. 사실 영화에서도 나오지만
흑인과 백인의 인종적인 갈등이 여실히 드러난다. 주인공인 두 남녀는 정작 아무렇지도 않게 사랑을
나누지만 주위 사람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낸다. 특히 영화를 보면 흑인이 백인에 대해 갖는 열등
감이 드러나는 것을 알 수 있다. 백인인 새라는 흑인에 대해 우월의식이나 경멸이 없는 여자다. 하지
만 흑인들의 입장은 다르다. 흑인들은 자기들만의 세상이 있다고 생각한다. 열등감이 없는 백인 새라
는 '세상은 하나'라고 주장하지만 흑인들은 백인과 흑인의 세상이 분리되어 있다고 믿는다. 백인 학교
에서 흑인 학생들이 몰려 있는 학교로 전학 온 첫 날 새라가 학교 안으로 들어갈 때 아주 인상적인 광
경을 나는 목격했다. 마치 공항에 온 것 아닌가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학생들이 학교 안으로 들어
올 때 보안 검색대를 거쳐서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흑인들이 밀집해 있는 곳이 얼마만큼 위험하고 삼
엄한지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일명 '슬럼가'라고 불리는 지역이다. 물론 할리우드 영화를 많이 봐온
내 입장에서는 낯선 풍경은 아니다. 적어도 새라는 전학 온 학교에서 만큼은 그녀가 흑인이다. 우리가
백인과 흑인을 구분할 때, 백인은 다수를 의미하고 흑인은 소수를 의미한다. 그런 점에서 새라는 흑인
인 것이다. 처음 전학 온 첫날의 새라와 병원에서 말없이 앉아있던 새라는 주위 흑인들에게 신기함과
거리감을 주는 존재로 여겨진다. 여기서 중요하게 지적하고 싶은 부분은 백인은 기득권자이지만 흑인
이 다수인 경우에 그 속의 백인은 힘없는 소수일 뿐이라는 것이다. 흔히 영화 속에 나타나는 흑인들의
모습은 어린 나이에 임신을 하고 마약과 총으로 대변되는 거칠고 험한 이미지들이다. 어쩌면 그것은
힘없는 소수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리라. 그들이 능력이 부족하고 심성이 거칠어서가 아니라 환경 자
체가 그렇게 만든 것으로 생각된다. 영화에 나오는 데릭은 기존의 흑인 이미지와는 다른 지적이고 모
범적인 흑인 남자다. 엄마를 잃고 발레를 포기한 새라에게 힘과 용기를 북돋워 주는 데릭은 내가 봐도
멋진 놈이다. 결국 이 영화도 다른 할리우드 영화와 마찬가지로 꿈과 희망 그리고 열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상처와 좌절을 겪은 소녀가 담대하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소년을 만나 치유되고 성장해가는 이
야기다. 이야기도 이야기지만 영화의 백미는 마지막 오디션에서 새라가 보여주는 댄스 장면에 있다.
저절로 흥이 나고 엉덩이가 들썩이는 명장면이다. 춤을 못 추는 나에게는 개인적으로 부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야기도 이야기지만 흥겨운 음악에 맞춘 댄스 장면이 이 영화의 매력이다. 영화를 보면 흑인이 백인에 대해 갖는 피해의식을 보여준다. 하이틴 영화치고는 진지하다. 그럼에도 내용은 뻔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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