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단한 영화다. 오프닝부터 압도적이다. 시작하자마자 관객들을 영화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2시간
32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지루함이 안 느껴질 정도로 긴박감 있게 영화가 흘러간다. 짜
임새 있는 이야기 전개와 역동적인 액션 장면들이 그러한 요소로 인식된다. 특히 배트맨 시리즈하면
떠올려지기 마련인 음악을 빼놓을 수 없다. 특유의 박력 넘치는 음악이 긴장감을 유발한다. 감독의 연
출도 훌륭하지만 무엇보다 '다크 나이트'가 걸작으로 칭송받는 것은 히스 레저의 공이 크다. 그의 연
기가 없었다면 '다크 나이트'는 걸작이 될 수 없었다. 영화는 감독만의 작품이 아니다. 영화는 종합예
술이다. 영화 안에는 연출뿐만 아니라 연기, 음악, 미술, 촬영, 분장, 의상, 시각효과 등등 여러 가지
요소들이 어우러져 있다. 물론 그 모든 것들을 통틀어서 연출이라고 부르지만 세세하게 보면 각각의
역할들이 나뉘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나 영화에서 배우가 가지는 비중은 어마어마하다. 감독의
평범한 연출을 배우가 탁월한 연기로 영화를 살리는 경우가 많다. 물론 '다크 나이트'의 경우엔 감독
의 비범한 연출과 히스 레저의 활화산 같은 연기가 시너지 효과를 만든 경우이지만 말이다. 히스 레저
에 대해서 한마디 하고 싶다. 비록 그가 세상을 떠났지만 히스 레저는 그 세대 배우 중에서는 가장 압
도적인 배우이다. 아니 전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배우 중 한명이라고 말하고 싶다. 비단 '다크 나이트'
가 아니더라도 그는 훌륭한 연기를 늘 보여주었다. '다크 나이트'에서 보여준 히스 레저의 연기는 그
의 생애 최고의 연기이자 역사상 최고의 연기라고 말할 수 있다. 잭 니콜슨의 '조커'와는 차원이 다른
새롭게 창조된 조커다. 잭 니콜슨의 연기가 기계적이고 판타지적이었다면 히스 레저의 연기는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서늘함이 느껴지는 공포 그 자체다. 그 안에는 슬픔이 있고 상처가 있다. 그리고 분노
가 있다. 히스 레저의 연기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완전히 조커라는 역할을 위해서 몸과 영혼
을 다 바쳐 연기하는구나라고 말이다. 연기라기보다는 완벽하게 조커 그 자체가 되어 카메라 앞에서
광기를 부리는 것이라고 생각이 들 정도다. 사실 그의 전작들을 떠올려 보면 '다크 나이트'에서의 연
기는 충격 그 자체다. 히스 레저.. 그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슬프다. '다크 나이트'에
서 보여준 히스 레저의 그 연기에 진심어린 찬사를 보낸다. '다크 나이트'는 균형 감각을 갖춘 영화라
는 생각이 든다. 블록버스터지만 가볍지 않고 진지하고 무겁다. 철학적이지만 상업적인 재미 또한 놓
치지 않는다. 액션은 과하지 않을 정도로 비중을 차지하고 절제된 액션을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이제
까지 다른 영화에서는 보기 힘들 정도의 스펙터클한 장면들을 보여준다. 영화를 보면 고담시가 우리
인류의 미래가 아닌가하는 공포감도 밀려온다. 마치 세기말의 도시를 보여주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섬뜩하다. 말그대로 혼돈(chaos) 그 자체다. 이 카오스 상태를 몰고 온 장본인 조커는 기존의 악당과
는 전혀 다른 차원의 악당이다. 그에게는 두려움도 없고 돈에 대한 집착도 없다. 오직 파괴만 있을 뿐
이다. 그가 내뱉는 말을 들어보면 철학적이고 심오하기까지 하다. 그의 과거가 어떠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분명 트라우마가 있는 인물인 것은 확실하다. 사실 개인적으로 나는 조커가 악당이지만
그가 밉지 않다. 그에게서 아픔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악당이지만 돈에 집착하는 다른 건달들과는 분
명 다르고 나름대로 철학이 분명한 인물이다. 그래서 맘에 든다. 난 개인적으로 이분법적인 사고와 흑
백논리를 아주 경멸하는 사람이다. 악당이라고 무조건 나쁜 인간은 아니니까. 나름대로 사연이 있는
인물도 있다. 조커라는 캐릭터에 감정이입을 할 수 있었던 것도 히스 레저의 훌륭한 연기 덕분이다.
하비 덴트는 중요한 상황에서 늘 동전을 던져 자신의 행동을 선택하는 인물이다. 결국 그는 얼굴 반이
화상을 입고 '투페이스'가 된다. 하비 덴트는 분명 이분법적인 사고를 가진 인물이다. 선과 악. 그것은
마치 동전의 양면과 같다. 그는 선에서 악으로 바뀐다. 정의가 광기로 변한 것이다. 선과 악은 공존한
다. 완벽하게 선한 사람도 없고 완벽하게 악한 사람도 없다. 다만 비중의 차이일 뿐이다. 조커는 인간
들의 추악한 본성을 드러내려하는데 집착한다. 결국 하비 덴트는 조커의 성공작이 되었다. 배트맨은
말한다. 선을 믿는 사람들이 아직은 많다고. 그것이 유일한 희망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배트맨은 사랑
대신 대의를 택했다. 나로서는 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지만 말이다. 크리스토퍼 놀런의 압도적인
연출과 히스 레저를 포함한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로 넋을 놓고 본 영화. 다크 나이트- 최고다.


속편은 1편보다 못하다는 정설을 깬 영화. '배트맨 비긴즈'보다 훨씬 더 많은 것들을 이뤄냈다. 병원 폭파하는 장면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감독의 압도적인 연출과 히스 레저의 연기에 넋을 잃는다. 최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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