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

추격자

찰나21 2009. 1. 23. 01:49
(2008/한국)
장르
액션, 범죄, 드라마, 스릴러  
감독
영화 줄거리
출장안마소를 운영하는 전직 형사 '중호'. 그가 최근 데리고 있던 여자들이 잇달아 사라지는 일이 발생하고, 조금 전 나간 '미진'을 불러낸 손님의 전화번호와 사라진 여자들이 마지막으로 통화한 번호가 일치함을 알아낸다. 하지만 미진마저도 연락이 두절되고... 미진을 찾아 헤매던 중 우연히 '영민'과 마주친 중호. 옷에 묻은 피를 보고 영민이 범인임을 직감하고 추격 끝에 그를 붙잡는다. 실종된 여자들을 모두 죽였다는 충격적인 고백을 담담히 털어놓는 영민에 의해 경찰서는 발칵 뒤집어 진다. 우왕좌왕하는 경찰들 앞에서 미진은 아직 살아 있을 거라며 태연하게 미소 짓는 영민. 그러나 영민을 잡아둘 수 있는 증거는 아무 것도 없다. 공세우기에 혈안이 된 경찰은 미진의 생사보다는 증거를 찾기에만 급급해 하고, 미진이 살아 있다고 믿는 단 한 사람 중호는 미진을 찾아 나서는데...                                         
영화 감상평
나의 평가
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

 

 

 

 

흥미진진하다. 시종일관 눈을 뗄 수 없을 만큼의 서스펜스와 긴장감이 보는 사람을 압도한다. 몰입도

 

가 굉장히 높은 영화다. 신인감독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숙련된 연출 솜씨를 보여준다. 음악을

 

과장되게 깔지도 않고 전체적으로 절제된 연출력을 보여준다. 다만 너무 잔인한 장면들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소재의 특성상 잔인한 장면이 등장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지만 너무 디테일하게 보여주는 듯해서 자극적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다. 배우들

 

의 연기에 대해 말하자면.. 다들 훌륭하다. 김윤석은 워낙 뛰어난 연기의 소유자라는 사실을 알기 때

 

문에 놀라울 것도 없지만 알면서도 놀라게 된다. 연기라기보다는 실제로도 극중에서 맡은 역할과 성

 

격이 비슷할 것이라는 생각마저 들게 만든다. 한마디로 에너지가 넘치고 투지로 똘똘 뭉친 몸을 사리

 

지 않는 연기를 보여준다. 하정우는 사실 개인적으로 섬뜩하게 느껴질 정도로 예사롭지 않은 눈빛을

 

가진 배우다. 지영민이라는 연쇄살인범 역할을 얄미울 정도로 교묘하고 세심한 연기로 탁월하게 소화

 

해낸다. 정말 영화를 보면서 '지영민'이란 인물만 보면 분노가 치밀어 오를 정도로 화가 나고 경멸스

 

러웠다. 살해당하는 여자 '김미진'을 연기한 서영희는 등장하는 분량은 적지만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

 

준다. 사실 '추격자'는 상업적인 스릴러 영화이기 이전에 비극적인 슬픈 드라마다. 유영철 사건을 모

 

티브로 했다는 감독의 말도 있듯이.. 우리가 '추격자'를 긴장감 넘치는 최고의 스릴러 영화라고 극찬

 

하는 데에만 몰두하면 피해자에게 누가 되는 느낌이 든다. 물론 영화의 완성도만을 놓고 본다면 최고

 

라는데 나도 동의한다. 하지만 '추격자'는 영화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실화이기도 하다. 유영철 사건과

 

완전히 똑같지는 않겠지만 어쨌든 실제로 벌어진 일이다. 영화를 보면서 경찰들의 무능함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추격자'는 '살인의 추억'과 많이 비교되는 영화다.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연쇄살인 사건

 

을 다뤘다는 점과 비극적인 결말은 공통점이다. 두 영화 다 쫓는 자와 쫓기는 자의 뜀박질이 자주 등

 

장하고 역시 쫓는 자의 무능력함을 비판한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살인의 추억'은 농촌을 배경으

 

로 하고 있고 '추격자'는 도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차이점은 '살인의 추

 

억'은 범인을 찾는데 집중하며 결국 범인을 잡지 못한다. 하지만 '추격자'는 이미 범인이 누군지 밝혀

 

진 상태에서 살해동기와 시체 유기 장소를 찾는데 영화가 집중한다. 거기다가 범인은 경찰들이 보는

 

앞에서 운 좋게 풀려난다. '추격자'는 범인을 영화 초반부에 이미 말해놓고서도 극적인 긴장감을 유발

 

시킨다. 이야기와 연출의 힘이다. '추격자'를 보면 수많은 변수가 등장한다. 결과적으로는 결국 범인

 

의 손을 들어준다. 마지막 부분에서 김미진이 탈출에 성공했을 때 일말의 희망을 가진 관객들을 감독

 

은 최종적으로 배신을 때리고 만다. 희망은 없었다. 너무 허탈하다. 안타깝다. 슬프다. 감독은 관객들

 

에게 '결국 이것이 현실이다'라고 말하는 듯하다. 꼭 그렇게 죽여야만 했을까 라는 한숨이 밀려온다.

 

지영민은 살인마라서 당연히 혐오스러운 게 사실이고 무엇보다 무능하고 한심한 경찰들이 더 혐오스

 

럽고 짜증난다. 사실 형사와 범죄자는 종이 한 장 차이다. '살인의 추억'이나 '추격자'- 두 영화 다 형

 

사나 경찰들의 폭력성을 잘 보여준다. 막무가내로 취조하고 나이에 상관없이 반말하고 쌍욕하고 말보

 

다 주먹이나 발길질이 먼저 나가는 게 형사와 경찰들의 모습이다. 다만 그들은 직업이 범인들을 잡는

 

일이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공로를 인정받는 것뿐이다. 만약 그들이 그들 자신이 가진 폭력성을 무고

 

한 타인들한테 행사를 했다면 그들은 경찰이 아니라 범죄자가 돼있을 것이다. 직업을 경찰이나 형사

 

로 택했기 때문에 쫓는 자의 입장일 뿐이다. 기본적으로 형사나 범죄자나 성향은 같다고 본다. '추격

 

자'는 시대배경이 근래의 시점이다. 그러니까 DNA검사나 과학수사가 가능한 시점에서 벌어진 일인데

 

도 범인을 풀려난다. 사실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지영민도 나쁘지만 그를 추적하는 엄중호는 더 나

 

쁘다. 원인으로 본다면 엄중호도 가해자다. 경찰도 아니면서 마치 경찰인양 맘대로 지영민에게 수갑

 

을 채운다. 사실 엄중호가 김미진을 찾는데 힘을 쏟은 것도 지극히 사적인 이유 때문이 아닌가. 경찰

 

로서 범인을 응징한다는 의무감이 아닌 금전적인 손해가 두려워서 말이다. 결국 모두가 공범인 셈이

 

다. '추격자'- 이 영화에선 선과 악의 이분법적인 논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엄중호가 범인을 쫓기 때문

 

에 선이라고 보일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단지 입장의 차이일 뿐이다. 전체적으로 훌륭한

 

영화다. 다만 아쉬움과 서글픔도 느껴진다.                                     

 
★★★★
 
데뷔작이라고 하기엔 믿을 수 없을 만큼의 침착함과 노련한 연출이 돋보인다. 감정을 과잉상태로 몰아 넣지 않는 절제된 연출이 빛을 발한다. 김윤석과 하정우의 연기는 최고다. 다만 너무 잔인하고 비극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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