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안 잡 (2003/미국,프랑스,이탈리아,
영국,독일)
장르 액션, 범죄, 스릴러
감독 F. 게리 그레이
출연 마크 월버그, 차를라이즈 세런,
에드워드 노튼, 세스 그린,
제이슨 스태섬, 모스 데프, 프랭키 G,
도널드 서덜런드
감상평
나의 평가 ★★★☆☆
왜 제목을 <이탈리안 잡>이라고 했을까? '할리우드 잡'이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 극 초반에 베니스를 무대로 펼쳐지는 금괴 강탈 시퀀스보다 극의 대미를 장식하는 할리우드를 무대로 펼쳐지는 금괴 강탈 시퀀스가 분량 면에서 더 압도적인 데다 영화의 하이라이트이고 무엇보다 이건 전형적인 할리우드식의 하이스트 무비인데. 원작을 의식했기 때문일까? 참고로 이 영화는 마이클 케인 주연의 동명의 원작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쉽게 말해 마이클 케인이 리메이크작에서는 마크 월버그로 바뀐 것이다. 애석하게도 원작을 보지 못한 관계로 원작과 리메이크작의 비교는 여기까지다. 다만 리메이크작은 현대적인 데 반해 원작은 고전적인 느낌일 거라고 추측할 뿐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마이클 케인 주연의 영화들이 심심찮게 리메이크되었다는 것인데 대표적인 예로 실베스터 스탤론 주연의 '겟 카터', 주드 로 주연의 '나를 책임져, 알피' 등이 있다.
이런 영화를 보통 '하이스트 무비'라고 하고 '케이퍼 무비'라고도 부른다. 대표적인 예로 2년 먼저 나온 스티븐 소더버그의 '오션스 일레븐'과 한국 영화로는 '도둑들' 등이 있다. '오션스 일레븐'에 비하면 <이탈리안 잡>은 액션의 비중이 크고 스케일도 더 크다고 말할 수 있다. 할리우드 영화는 스케일에 강하고 디테일에 약하다. 특히나 <이탈리안 잡>과 같은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대개 그러하다. 반면 아시아 영화는 스케일보다는 디테일에 강하다. 나는 개인적으로 후자를 선호한다. 그럼에도 이 영화의 스케일은 압도적이다. 특히나 종반부에 몰아치는 금괴 강탈 시퀀스는 헬기까지 동원한 추격전으로 아찔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그중에서도 지하철 추격 장면은 압권이다. 액션에 대해서는 합격점을 준다고 해도 나머지는 글쎄.. 평면적인 캐릭터와 초반에 반전이 있긴 하지만 권선징악의 뻔한 결말로 나아가는 진부한 내러티브 그리고 밋밋한 연출은 끝내 엄지손가락을 들 수 없게끔 만든다. '오션스 일레븐'이 점잖고 우아한 부르주아 하이스트 무비라면 <이탈리안 잡>은 야단법석 프롤레타리아 하이스트 무비에 가깝다. 그것은 각각의 리더인 조지 클루니와 마크 월버그의 이미지 차이이기도 하다. 여담이지만 이 둘은 이전에 '쓰리 킹즈'와 '퍼펙트 스톰'에도 함께 출연한 적이 있다. '도둑들'과 비교해 봐도 <이탈리안 잡>의 손을 들어주기는 어려울 것 같다. '도둑들'이 후발 주자이긴 하지만 완성도에 있어서 <이탈리안 잡>이 처지는 것은 사실이다. 리더의 카리스마나 존재감에 있어서도 김윤석이 조지 클루니와 마크 월버그를 능가한다.
액션이나 스케일 못지않게 관객이 이 영화에 기대하는 것이 있다면 그건 뭘까? 에드워드 노튼. 이 반전(反轉)의 아이콘은 등장하는 순간 벌써 관객의 의심을 산다. 데뷔작 '프라이멀 피어'의 잔상이 너무 센 탓이다. 그리고 '파이트 클럽'을 거쳐 '스코어'에 이르면 그러한 혐의는 굳어진다. 여지없이 그는 여기서도 관객의 뒤통수를 치고 인과응보의 대가를 치른다. 한마디로 그의 존재 자체가 스포일러다. 등장한 순간 김이 빠진 셈이다. 삐딱한 미소와 비열한 눈빛, 연약한 듯 사악한 야누스적인 얼굴 그리고 능글맞은 목소리에 화려한 달변은 많은 창작자들이 그를 반전(反轉)의 주인공으로 주저 없이 기용하는 요소가 된다. 다만 다른 점이라면 이 영화에서는 초반에 반전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영화는 철저히 그의 캐릭터를 이용해 초반에 반전을 터뜨리고 복수의 플롯으로 새롭게 전개해 나간다. 어느덧 내성이 생긴 것일까. 이 영화에서 그의 연기는 식상하다. '스코어'의 동어 반복이라는 점에서 더 그렇다. 이 두 영화는 하이스트 무비라는 장르도 동일하고 여러모로 겹치는 부분이 많다. 다만 '스코어'는 상대적으로 액션이 적고 스케일이 작은 <이탈리안 잡>의 미니멀리즘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굳이 둘의 우열을 가리자면 이번엔 가까스로 <이탈리안 잡>의 손을 들어주겠다. 공교롭게도 이 영화에서 그의 연기는 '스코어'에서 같이 공연한 드 니로를 연상케 한다. 우연은 아닐 것이다. 드 니로에게 영향받은 남자 배우가 어디 한둘이겠는가. '스코어'에 출연한 이유도 평상시 존경해 마지않던 말런 브랜도와 드 니로 때문이라고 하니. 개인적으로 <이탈리안 잡>에서 그가 연기한 '스티브'라는 인물은 실망스럽다. 나는 스티브가 존이 찰리를 편애하는 부분 때문에 동료들을 배신하는 것으로 생각했으나 아니었다. 단지 그는 금괴가 탐이 났을 뿐이다. 최소한의 인간미도 찾아볼 수 없는 악질 중의 악질이다. 마지막까지도 그는 찌질했다. 그는 철저한 자본주의적 인간형이다.
차를라이즈 세런이 연기한 이 영화의 홍일점 스텔라는 아버지 존의 피를 이어받아 전문 금고털이가 된다. 초반에 베니스에서 아버지가 하던 역할을 아버지의 부재로 종반에 할리우드에서는 딸이 바통을 이어받아 활약한다. 같은 해에 개봉한 '몬스터'에서 인생 연기를 펼쳤던 그녀는 이 영화에서는 별다른 인상을 남기지 못한다. 그저 수컷들이 득실대는 콘크리트 정글에서 한낱 영혼 없는 장식품으로 이용될 뿐.
마크 월버그를 보면 맷 데이먼이 연상된다. 맷 데이먼의 무식한 버전이라고 보면 되겠다. 그런 그가 이런 거대한 프로젝트의 전체 판을 짜는 지성이 요구되는 자리인 리더 역할을 맡았다는 게 미스매치이긴 하다. 여담이지만 극중에서 그가 농구하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엉뚱하게도 '바스켓볼 다이어리'가 떠올랐다.
모스 데프가 맡은 역할의 이름은 '왼쪽 귀'다. 유년 시절 폭죽을 갖고 놀다 오른쪽 청력을 잃고 범죄(?)의 길로 들어섰다. 그의 이름과 관련한 재미난 장면이 하나 등장하는데 찰리가 그의 말을 못 알아듣자 그가 말한다. 귀머거리(deaf)는 나야. 모스 데프의 'Def'와 귀머거리의 'deaf'는 철자는 다르지만 발음은 같다. 극중 캐릭터를 이용한 일종의 셀프 네임 디스?
이런 영화에서 현실성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겠지만 그럼에도 위험천만한 와중에도 털끝 하나 다치지 않고 끄떡없는 주인공이나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프로젝트를 뚝딱 해내고야 마는 찰리 일당을 보면 해도 해도 너무한다 싶다.
결론적으로 <이탈리안 잡>은 맹탕 하이스트 무비다.
★★☆
간땡이 부은 놈들이 벌이는 한바탕 강탈 쇼. 나쁜 놈들이 더 나쁜 놈을 응징하는 하지하의 복수극. 극 초반 찰리가 존의 시신을 붙잡고 우는 대목이 있는데 영화에서 유일하게 감성적인 장면이다. 영화의 전체 톤을 생각한다면 튀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에잇, 쿨한 복수극에 눈물이라니! 게다가 존은 도둑 주제에 도둑질에 대한 개똥철학이나 읊어 대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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