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름 잘 만든 영화다. 존 캐머런 미철은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다 하는 셈이다. 각색과 연출에다 연기, 거기다 노래까지 다 한다. 개인적으로 부러울 정도로 다재다능한 사람 같다. 연출도 괜찮고 연기도 훌륭하고 영화도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다. 노래도 꽤 잘 부른다.
<헤드윅>하면 뭐니 뭐니 해도 음악이 최고다. 주옥같은 음악들이 계속 줄지어서 나오니 귀가 즐겁다. 거기다 영상까지 동시에 나오니 눈까지 즐겁다. 단순히 흥겨운 음악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가슴을 적시고 심장을 울리는 음악도 있다. 예를 들면,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 'Wicked Little Town'은 영혼을 울리는 힘이 있다. 그 외에도 'Hedwig's Lament', 'Midnight Radio'도 감성을 적시는 곡이다. 중요한건, 단순히 멜로디에 있지 않다. 가사가 중요하다. 가사 속에 주인공 헤드윅의 고뇌와 상처, 아픔이 담겨있다. 때론 가사가 풍자적이고 시적이며 유머러스하다. 헤드윅이 지난날 살아온 삶의 궤적이 그려져 있다. 그래서 가슴이 아프고 마음을 울린다. 또한 헤드윅의 과거는 단순히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서 그가 속했던 나라의 아픈 역사까지 포함되어 있다. 지금은 독일이지만 그 당시엔 동독과 서독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동독은 우리로 말하면 북한에 해당되고 서독은 남한(대한민국)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었다. 분단의 역사를 겪었던 헤드윅은 성적으로 또 분단을 경험한다. 남자와 여자라는 성의 경계에 놓인 것이다. 남자이자 여자인 헤드윅은 어쨌거나 여장을 하고 삶을 살아가니 젠더의 개념으로 놓고 보면 여자라고 볼 수 있다. 반대로 헤드윅의 애인 '이츠학'은 남장을 하고 살아가니 남자라고 볼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헤드윅>이 젠더에 대해서 진지하고 무겁게 탐구하며 관객들에게 물음을 던지는 영화는 아니다. 이 영화는 음악영화이며 더 좁히면 '락'에 대한 영화다. 영화 말미에 헤드윅이 열창하는 'Midnight Radio'에서 알 수 있듯 세상의 모든 '라커'들에게 헌사를 바치는 영화다.
영화는 무겁지도 않고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다. 적절하게 균형이 제대로 잡힌 영화라고 볼 수 있다. 헤드윅의 개인적인 삶이 녹아있는 영화일 뿐이다.
<헤드윅>은 독립영화의 요건은 거의 다 갖춘 영화다. 짧은 런타임, 익숙지 않은 소재 그리고 연출방식에서 알 수 있다. 형형색색 아기자기하고 화려한 영상이 독립영화로서 혹은 영화의 전체적인 톤에 매우 적합하다고 생각된다. 밟고 다채로운 색감이 영화를 한층 더 산뜻하게 느끼게 함으로서 극에 더 다가가기 쉽게 만든다.
사실 <헤드윅>에서 내러티브는 거의 없다. 매우 빈약하다. 헤드윅이 순회공연을 다니면서 공연하는 모습들, 헤드윅의 동독 시절의 과거 그리고 '토미'와의 일들이 전부다. 그러나 훌륭한 음악과 감독의 연출방식이 빈약한 내러티브를 메우고도 남는다. 무엇보다 독창성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한마디로 신선한 구석이 있다. 퀴어 영화지만 정서적으로 거북하지 않다. 외려 친근감이 들뿐. 이젠 익숙해졌나 보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토미 노시스가 헤드윅에게 노래로 용서를 구하는 장면이다.
'Wicked Little Town'의 토미 노시스 버전인데, 사실 이 노래가 토미가 헤드윅의 공연에서 헤드윅에게 첫눈에 반할 때, 헤드윅이 불렀던 곡이다. 원래의 가사를 바꾸고 편곡을 한 곡인데 가사에 절절히 담긴 토미의 눈물어린 고백이 보는 사람을 감동시킨다. 아니나 다를까 헤드윅도 그의 고백에 울음을 터뜨린다.
영화 말미에 이르러선, 헤드윅은 가발과 드레스를 벗어 던진 채 남자로 돌아오고 이츠학은 가발을 쓴 채 여자로 돌아온다. 그리고 엔딩, 헤드윅의 엉덩이 옆에 문신으로 새겨진 남녀가 분리된 원래의 마크가 남녀가 통합된 마크로 바뀐다. 헤드윅은 벌거벗은 채 거리를 돌아다닌다. 헤드윅은 더 이상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니다. 제3의 성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사회가 그에게 부여한 성이 아닌 자신만의 성으로 그 모든 걸 초월한 단 하나뿐인 존재로 재탄생한 것이다. 동독에서 미국으로 자유를 찾아 떠나왔던 헤드윅은 또 다른 자유를 찾아 거리를 헤매며 떠난다. 그에게 앞으로 어떤 삶이 펼쳐질까? 그건 그 자신만이 알 것이다.


★★★☆
저예산이지만 독창적인 연출만으로도 웬만한 블록버스터보다 더 나은 작품이 나올 수 있음을 증명하는 영화. 'Origin of Love'는 정말 예술이다. 특히 가사가 최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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