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

Catch Me If You Can

찰나21 2010. 7. 20. 03:55
영화 줄거리

1965년, FBI를 발칵 뒤집는 사건이 발생한다. 파일럿을 가장해 모든 비행기의 무임승차는 기본, 50개 주 은행을 순회하며 무려 140만 달러를 횡령한 희대의 사기꾼이 나타난 것이다. FBI는 최고의 베테랑 요원 '칼 핸래티'를 수사에 투입하고, 번번이 놈의 속임수에 당하던 칼은 드디어 오랜 추적 끝에 범인의 정체를 알아낸다. 그의 이름은 '프랭크 애버그네일 주니어'. 나이는 겨우 17살. 칼의 질긴 추적 끝에 프랭크는 거의 그의 손아귀에 들어오는데...

영화 감상평
나의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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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이 영화를 본 건 7년 전 극장에서였다. 그 때 기억이 거의 선명하게 나는데 당시 객석의 반응은 매우 좋았다. 껄껄껄 웃기도 하고 주인공의 대담한 행각에 놀라움과 경탄을 표시하기도하고.. 아무튼 그랬다. 나도 꽤 재밌게 봤다. 7년이 지난 후 다시 보니 여전히 흥미는 있다. 그러나 최고의 영화라고 말하기엔 부족한게 사실이다.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은 저 멀리 오지에서도 이름만 대면 알만한 불세출의 흥행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다. 흥행뿐만 아니라 '쉰들러 리스트' 이후로는 작품성도 인정받아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흔치않은 필름메이커로 군림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는 기본적으로 대중영화를 만드는 감독이다. <캐치 미 이프 유 캔>도 상업영화다. 그것도 매우 잘 빠진 매끈한 웰메이드 무비에 가깝다. 그래서 약간의 거부감이 든다. 너무 매끈한 작품을 결과물로 내놓아서 재미는 어느 정도 있지만 깊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무슨 말이냐 하면, 약간의 재미 그 이상은 느낄 수 없다는 얘기다. 그냥 평균적인 재미만 존재할 뿐이다. 내가 이 영화를 통해서 무슨 철학적인 깊이를 원하겠나. 단지 조금이라도 여운이 남고 굉장한 재미를 바란것 뿐. 사실 이것이 스필버그의 한계인지도 모른다. 내가 판단하건대, 스필버그는 SF장르에서 굉장한 파괴력과 공력을 나타내는 감독이다. 이를테면, '마이너리티 리포트'나 '우주전쟁'을 보면 스필버그의 엄청난 연출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두 영화가 약간의 결함은 있을지언정 스필버그의 장기가 유감없이 드러나는 장르의 영화들이다. 반면에 <캐치 미 이프 유 캔>이나 '터미널'과 같은 드라마 장르의 영화에선 스필버그의 대단한 연출을 확인하기 어렵다. 그저 범작이 탄생할 뿐이다. 이 두 영화는 어떻게보면 굉장히 평범하다. 심지어 밋밋하다고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솔직히 말해서, <캐치 미 이프 유 캔>은 굳이 스필버그가 연출할 필요성이 느껴지지 않는 작품이다. 스필버그의 명성에 비해 이 영화는 너무 평범하다. 차라리 론 하워드가 연출했다면 드라마가 더 강화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신인감독이나 이름 없는 감독이 연출했다면 기대치에 비해 오히려 더 좋은 결과물이 탄생했을수도 있다. 적어도 실망은 하지 않을 테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치 미 이프 유 캔>은 엄지손가락을 들어줄 수밖에 없는 영화다. 일단 다른 건 다 제쳐두더라도 비주얼만큼은 최고다. 스필버그의 영화들은 모두 다 하나같이 비주얼이 끝내준다. 그의 분신인 촬영감독 야누슈 카민스키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처럼 역동적인 화면을 보여주지 않는다. 왜냐면 <캐치 미 이프 유 캔>은 '마이너리티 리포트'와는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영화이기 때문이다. 연출과 촬영이란 것은 기본적으로 영화의 전체적인 톤에 맞추어 설계되어야 하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이 영화는 밝고 경쾌한 톤을 지니고 있다. 그에 따라서 색감도 따뜻하고 밝은 색채를 띤다. 카메라는 요란스럽지 않고 거의 픽스(fix)되어 있으며 구도는 한 치의 오차도 없다. 영화 내내 흐르는 경쾌하고 감미로운 음악들이 영화의 분위기를 더욱더 밝고 가볍게 만든다. 또 하나 언급하지 않을수 없는 게, 배우들이다. 리오 디카프리오는 다른 배우가 떠올려지지 않을 만큼, '프랭크'란 캐릭터에 딱 알맞은 배우다. 그의 생애 최고의 연기는 아니지만 괜찮은 연기였다. 톰 행크스는 전작인 '로드 투 퍼디션'에선 쫓기는 역할이었는데 여기선 정반대다. 크리스토퍼 워켄은 정말 멋지고 훌륭한 배우다. 비록 조연이지만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훤칠한 키에 카리스마 있는 얼굴과 로맨틱한 모습은 남자가 봐도 멋있다. 그리고 지금와서 말할 수 있는건데, 에이미 아덤스는 이때만해도 무명배우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얼마되지 않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귀엽고 사랑스런 연기로 인상에 남는다.

 

이 영화는 100%실화가 아닌 걸로 알고 있다. 오프닝에 자막으로 나오듯이 '실화에서 영감을 받은 이야기'다. 할리우드 영화 대부분이 그렇듯 실화에서 약간 영화적으로 극화한 부분도 있다. 아무래도 실화를 그대로 옮기면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미국 역사상 최연소 사기꾼으로 기록된 '프랭크 애버그네일 주니어'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주로 그가 하는 사기는 수표위조다. 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아서 인지 그는 식은 죽 먹기처럼 사기를 잘도 친다. 사기에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 난 것처럼 보인다. 과연 그럴까? 물론 천부적인 것도 있겠지만, 엔딩에 다다르면 그게 다는 아니라는 것이 밝혀진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인데, '칼'이 프랭크에게 마지막으로 재차 물어본다. "자네 변호사 시험을 어떻게 통과했나?" 이 질문 속에는 프랭크에 대한 의심이 담겨있다. 그러나 뜻밖에도 프랭크는 이렇게 대답한다. "2주 공부하고 합격했어요." 그 말을 듣고도 칼은 여전히 의심을 한다. 프랭크의 대답에서도 알 수 있듯, 사기꾼도 거저 되는 것이 아니라 노력해야 될 수 있음을 말한다. 프랭크도 알게 모르게 나름의 방식으로 엄청나게 노력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결국 엔딩에 이르러선 그에 대한 결실을 맺게 된다.

 

저명한 영화평론가 로저 이버트는 '리플리'에 관한 리뷰에서 이런 글을 남겼다. '거짓말을 가장 효과적으로 하는 방법은 거짓을 인정하고 필요한 순간에 진실을 말해버리는 것이다.' 프랭크도 칼도 모두 거짓말의 달인들이다. 그들은 속고 속이지만 그게 모두 거짓말은 아니다. 천재 사기꾼인 프랭크도 칼에게 가끔 진실을 말한다. 다만 칼이 안 믿을 뿐이지. 거짓말로 따지자면 칼이 오히려 한수 위인지도 모른다.

 

프랭크와 칼은 묘한 관계다. 서로 쫓고 쫓기는 관계인만큼 앙숙으로 볼 수도 있지만 사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묘한 매력을 느낀다. 범죄자와 경찰이라는 정반대의 입장에도 불구하고 둘은 공통점이 의외로 많다. 일단 둘 다 외로운 영혼들이다. 프랭크는 부모님과 떨어져 살며 늘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인물이다. 칼은 부인과 이혼한 상태로 딸도 아주 가끔 만난다. 프랭크에게 칼은 외로울 때(크리스마스) 전화할 수 있는 유일한 상대이고 칼은 프랭크를 통해 동기부여를 얻는다. 결국 두 사람은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어쨌건 해피엔딩이다. 프랭크는 국가를 위해서 일하는 사람이 되었다. 수표로 사기를 쳤던 사람이 이제는 수표로 사기를 치는 걸 막기 위한 사람이 된 것이다. 역시 인생은 모르는거다. 사실 프랭크의 사기수법을 보는 즐거움보다 내러티브를 따라가는 재미가 더 크다고 느낀다.

 

영화 자체는 경쾌함에도 불구하고 프랭크의 처지(엔딩 전까지)를 생각하면 안타까웠던 게 사실이다. 부모의 이혼과 가출에 이은 사기행각, 그로 인한 쫓김 등을 보면서 안쓰러움이 느껴졌다. 그렇다고 그가 한 행동이 합리화될 순 없다. 만약 나라면, 사기는 안치겠지만 부모에 대한 원망만큼은 엄청 컸을것 같다.

 

현재와 과거 시간을 오가는 구성은 적절했다고 본다. 극의 흥미와 입체감을 더 했으니까. 영화를 보면 당시의 시대상을 목격할 수 있다. 프랭크가 제복을 입고 지나갈 때, 사람들이 쳐다보는 광경은 그 당시 비행기 조종사란 직업이 선망의 대상이었음을 암시해준다. 제임스 본드도 마찬가지다.

 

근데 하나 이상한 점은, 왜 프랭크가 여자와 애정행각을 벌이면 창밖으론 비가 내릴까.

 

 간혹 가다 허를 찌르는 상황 코미디가 긴장감과 재미를 더욱 선사한다. 어떻게든 요리조리 잘도 빠져나가는 프랭크. 그가 칼에게 이제는 착실하게 살고 싶다고 했을 때 그의 진심이 느껴졌다.

 

사실 영화보다 미국이란 나라가 더 대단하다. 이런 소재로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게 참으로 놀랍다. 사기꾼도 영웅화시키는 나라다. 프랭크란 인물도 대단하다. 어떻게 그 모든 것이 가능했을까. 아무리 봐도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

 

영화를 보면, 양키즈와 생쥐에 빗댄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온다. 사실 그저 흘려들을 수도 있는 이야기인 것 같아도 그렇지만은 않다. 아버지가 말한 두 번째 생쥐는 아들인 프랭크에게도 해당이 된다. 그는 어쨌거나 감방에서 나오게 되었고 여생을 편하게 보낼 수 있었으니까.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사족하나, 이 영화에서는 특별한 장면이 숨어있다. 프랭크가 어머니 집에 가서 창 유리에다 손가락을 댈 때, 꼬마도 똑같이 손가락을 대는 장면이 있다. 바로 'E.T'를 패러디한 장면이다.

 
★★★☆
 
나름 흥미롭게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러나 최고의 영화라고 말할수는 없다. 스필버그의 한계가 느껴지는 영화. 그럼에도 배우들의 연기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의 힘이 존재한다. 영상이 참 뽀샤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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