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고의 영화다. 배우들의 자연스런 연기와 임순례 감독의 절제된 연출이 돋보이는 영화다. 일단 이야
기 구성 자체가 잘 짜여진 흥미로운 영화다. 영화의 첫 장면에서 나는 개인적으로 착시현상을 경험했
다.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땐 연습경기라고 생각을 했었다. 근데 다시 보니 연습경기가 아니라 핸드볼
큰잔치 결승전 경기였다. 그러나 착시현상을 일으킬 만한 이유가 있다. 경기를 관전하는 관중도 거의
없고 미숙의 아들 꼬마가 골대 앞에서 핸드볼 공으로 축구를 하고 있다. 또한 경기장도 연습경기만 가
능해 보이는 초라한 모습의 경기장이었다. 그러니 착각 할만도 하다. 아무튼 영화 속에 나오는 아테네
올림픽 경기 장면은 이미 우리가 결과로 알고 있는 각본 있는 드라마다. 그러니까 중요한 것은 결말이
아니라 과정인 것이다. 영화 속 인물들이 어떤 일들을 경험하고 어떻게 문제들을 극복하는지가 흥미
로운 부분인 것이다. 그럼에도 경기 장면이 너무 박진감이 넘치고 촬영이나 편집이 훌륭해서 손에 땀
을 쥐는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흥미를 불러일으킨 데는 배우들의 실감나는 연기가 한몫을 하고 있다.
한마디로 이 영화는 흠잡을 데가 없는 영화다. 독창적이거나 철학적인 깊이는 없지만 실화에서 영감
을 얻어 감동적인 영화로 탄생한 것이다. 볼거리가 굉장한 영화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은 여성감
독이 연출하고 여자들을 주인공으로 해서 만든 영화다. 영화에서 보면 찌질한 남자들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 숨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여자들만 감동 받는 영화가 아니다. 근본적으로 인간에 대
한 영화이기 때문이다. 처음엔 선수 간에 일어나는 불협화음.. 선수와 감독 간에 벌어지는 갈등이 있
지만 차츰 그들은 서로 동화되어 가고 하나가 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혜경의 말대로 선수와 감독 간
에 신뢰가 생기면서 국가대표 팀은 비로소 앞으로 전진하게 된다. 하나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덴마
크와의 결승전 경기 시작 전에 한국과 덴마크와의 다른 점을 알게 되었다. 한국 선수들은 둥글게 원을
그리며 파이팅을 외치는데 덴마크 선수들은 일자로 서서 파이팅을 외치는 모습이었다. 내 개인적인
분석에 의하면 한국은 집단의식이 강하기 때문에 한 사람이 희생되더라도 집단에 무조건 흡수되어야
하나가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반면에 덴마크는 개인주의가 발달하여 개개인의 특성을 인정해주고
존중해야 조화로운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일종의 다양성의 원리에 기초를 둔 의식이다.
여기서 덴마크는 한 나라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서양을 의미하는 것이다. 물론 경기가 끝나고 나선
반대의 모습을 보이지만 말이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에서 최고의 명장면은 승부던지기에서 마지
막으로 한미숙이 공을 던지는 장면이다. 난 이 장면에서 임순례 감독의 절제된 연출을 확인할 수 있었
다. 한미숙이 공을 던질 때 골이 들어갔는지 아닌지 감독은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는다. 다만 멀리서
덴마크 선수들의 환호와 우리나라 선수의 절망 섞인 모습으로만 보여줄 뿐이다. 그것도 그 순간엔 사
운드를 죽인 채 정적과 침묵만이 흐른다. 선수들의 제스쳐와 한미숙의 표정으로만 표현되는 잊을 수
없는 인상적인 장면이다. 감독의 연출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 어쩌면 맨 첫 장면도 핸드볼이 비인기
종목이라는 굴욕적인 현실을 의도적으로 감독이 연출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오랜만에
좋은 영화를 만났다.


★★★★☆
감독의 절제된 연출력이 굉장한 영화. 배우들의 자연스런 연기도 좋다. 독창적이거나 철학적인 깊이는 없지만 보편적인 감성에 호소하는 감동적인 영화. 인위적으로 감동을 쥐어짜지않는 영화. 근래 본 영화중 최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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