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 허연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허 연 형제는 같은 둥우리 안에서 어미 새의 사랑을 놓고 싸운다. 먼저 태어난 형은 큰 덩치로 둥우리를 장악한다. 엄마의 사랑을 가진 형에게 둥우리는 세계다. 보수주의자가 되는 것이다. 동생은 할 수 없이 진보주의자가 된다. 먼저 태어나 덩치가 큰 형에게 이.. 좋은 글 2019.08.04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 허연 보리밭에는 언제나 바람이 불었다. 보릿대가 쓰러졌고 수백만 년이 흘렀다. 알에서 먼저 나온 형은 보수주의자가 된다. 동생은 기회를 노린다. 평등을 외치는 것이다. 하긴 동생으로 태어난 새가 둥우리에서 할 수 있는 건 혁명밖에 없다. 확률은 낮아서 대부분 실패하고 둥우리는 유지된.. 좋은 글 2019.08.04
Cold Case 2 / 허연 (19세기 사람 쥘 베른이 쓴 「20세기 파리」라는 소설에 보면 시인이 된 주인공에게 친척들이 이렇게 말한다. "우리 집안에 시인이 나오다니 수치다.") 20세기도 훨씬 더 지난 지금 시는 수치가 된 걸까. 시는 수치일까. 노인들이 명함에 박는 계급 같은 걸까. 빵모자를 쓰는 걸까. 지하철에 .. 좋은 글 2019.08.03
Cold Case / 허연 친구는 부처를 알고 나니까 시 같은 거 안 써도 되겠다며 시를 떠났다. 또 한 친구는 잠 들어 있는 딸아이를 보니까 더 이상 황폐해지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시를 떠났 다. 부러웠다. 난 적절한 이유를 찾지 못했다. 아니 찾으려고 노력했다. 사제폭탄을 만들 줄 알았거나, 세상의 .. 좋은 글 2019.08.02
편지 / 허연 적어놓은 건 반드시 벌로 돌아온다 밤에 쓴 편지를 감히 다시 볼 수 있는 자는 많지 않다 세상의 모든 편지에는 죄가 많아 인간은 밤새 적은 편지에 초라해진다 편지를 받은 모두는 십자가에 매달린다 적어놓은 것이니 세상에 남는 법 적은 자들은 늘 외롭고 벌을 받는다 적어놓은 죄, 기.. 좋은 글 2019.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