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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 (1996/미국) 장르 코미디, 스포츠 감독 스티브 래쉬 출연 우피 골드버그, 프랭크 랜젤러, 데니스 퍼리나, 리처드 젠킨즈, 리사 앤 월터 |
줄거리
뉴욕의 리무진 택시 운전사 에디. 그녀에게 NBA 리그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는 뉴욕 닉스 팀은 삶의 원동력이요 유일한 낙이다. 정기 좌석권을 구입해 응원할 정도로 극성팬인 에디에게 어느 날 행운의 기회가 찾아온다. 뉴욕 닉스의 새로운 구단주가 기발한 이벤트 아이디어를 낸 것. 관객 중 3명을 추첨해서 자유투를 성공시키는 사람에게 뉴욕 닉스의 명예코치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물론 에디는 자유투를 성공시키고 명예코치가 된다. 하지만 잔소리 많은 극성팬 명예코치 에디는 경기 도중 퇴장을 당하고 이는 오히려 관중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게 된다. 결국 팀의 인기도를 높이려는 구단주의 순전히 상업적인 계산에 의해 기존의 감독 베일리를 밀어내고 전격적으로 뉴욕 닉스 팀의 감독으로 발탁되는 에디. 얼떨결에 감독이 되긴 했지만 자기중심적이고 오만한 선수들은 도대체가 제 맘대로다. 이때부터 작은 거인 에디의 허우대만 큰 애기 선수들 길들이기 프로젝트(?)가 가동(?)되는데...
감상평
나의 평가 ★☆☆☆☆
바야흐로 농구의 계절이다. 여름에 야구가 있다면 겨울에는 농구가 있다. 그건 한국이나 미국이나 다 마찬가지. 계절이 나눠지게 된 것은 야구는 실외 종목이고 농구는 실내 종목이라는 점이 많은 부분 작용한 결과가 아닐까 생각된다. 그리고 자본주의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하나의 계절에만 종목이 몰리면 위험하니 계절 스포츠라는 명분을 만들어 분산시켜 놓을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다. 다만 예외적으로 유럽의 경우 축구를 겨울에 하더군. 눈이 막 내리는데도 경기를 하더라. 여름에도 하는지는 정확힌 모르겠지만. 미식축구는 엄밀히 말하면 가을 스포츠에 해당하지만 시즌의 마무리는 겨울까지 이어진다. 어쨌거나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오늘 소개할 작품 <에디>가 농구를 소재로 한 스포츠 영화이기 때문이다. 공간적 배경은 미국(그중에서도 뉴욕이 중심적 공간으로 등장), 무대는 NBA 리그. 솔직히 내게는 대단히 친숙한 풍경이다. 사실 난 한때 무지무지한 NBA 광이었고 정확히 말하면 마이클 조든의 열혈팬이었다. 청춘으로서 90년대를 몸소 체험하며 통과했던 이들이라면 분명 이 말을 이해할 것이다. 지금은 인기가 시들어져서 예전만 못하지만 당시 농구의 인기는 지금의 전 국민적인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야구의 인기와 맞먹을 정도의 대단한 열기였다. 한때 학교에서 농구화(특히 나이키에서 만든 '에어 조던'은 당시로선 핫 아이템이자 레어템이었다)를 신고 다니는 게 유행이자 자랑거리였고 젊은이들 사이에서 길거리 농구가 성행했으며 마치 셰익스피어 작품집을 대하듯 '슬램덩크' 만화는 학생들에겐 고전(?)이자 필독서로 여겨질 정도로 당시엔 농구에 관련한 모든 것들이 인기였고 그것은 일종의 문화적 현상이 되어버렸었다. 그렇기 때문에 비록 거의 20년 가까이나 지난 영화이지만 극중 등장하는 NBA 선수들, 그들의 플레이, 유니폼, 경기장 안의 모습들과 같은 것들이 대개는 낯이 익다. 묘한 향수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때 그 시절이 약간은 아득하게 머릿속에 그려진다.
영화 속 주인공 에디는 뉴욕의 리무진 기사인데 농구광이다. 사실 정확히 말하면 농구보다는 뉴욕 닉스의 광팬이다. 물론 농구도 광적으로 좋아하지만. 라디오로 뉴욕 닉스의 경기를 생중계할 정도로 열정적이며 농구에 대한 지식도 빠삭하다. 특히나 닉스 선수들에 대해선 줄줄이 다 꿰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날, 자신이 운전하던 리무진에 닉스 팀의 새 단장으로 부임하게 될 인물이 손님으로 타면서 그녀의 인생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바로 뉴욕 닉스의 새로운 감독으로 부임하게 된 것. 이런 횡재가 다 있다니. 물론 축복인지 불행인지는 겪어봐야 알겠지만 일단 그녀가 그토록 조롱하고 경멸하던 닉스의 무능한 왕재수 감독 베일리를 팀에서 내쫓았으니 그것만으로도 그녀 자신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참된(?) 복 아닐까? 거기다 그녀가 그토록 사랑하던 뉴욕 닉스의 감독 자리까지 맡게 됐으니.. 물론 이것은 모두는 고사하고 '그녀만'의 축복이 될 가능성이 크다만.. 그녀로선 매우 부담스런 축복이 되겠다. 역시 기대와 달리 내부는 처참한 수준이다. 세계 최고의 농구 리그 미국 거기에서도 가장 큰 도시 뉴욕을 연고지로 하는 닉스의 선수들인데 얼마나 오만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찔러 대겠는가. 이미 코치는 일반인들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고액의 연봉을 받는 통제 불능의 선수들을 하나의 팀으로 만드는데 이미 두 손 두 발 다 든 상태이다. 그런데 하물며 선수 경력도 감독 경력도 전무한 그것도 리무진이나 몰면서 기껏 알량한 지식으로 농구에 대해 선수들과 감독들에 대해 함부로 마구 떠들어대던 일개 평범한 여성이 어떻게? 이것이 영화 속 주인공 에디가 부여받은 미션이며 스토리상의 중요한 핵심 포인트가 되는 것이다. 이쯤 되면 눈치 챘을 것이다. 그렇다. 이 영화는 어느 평범한 뉴욕 시민이 농구 감독으로서 일약 스타덤에 오르며 뉴욕의 영웅(?)으로까지 거듭나는 전형적인 할리우드식 영웅 만들기, 미국식 성공담을 말한다. 거기서 여성이라는 것이 특이점으로 추가될 수 있겠다. 그렇다면 평범한 일개 소시민이 영웅이 된다는 데에 방점을 찍어야지 거기서 더 파고들어가 그 주인공이 남성이냐 여성이냐의 성별 따위(?)로 재차 의미 부여를 하는 것은 과연 온당한가라고 반문할 수 있다. 이에 대한 반론을 제기하자면, 그럼 왜 굳이 리무진 드라이버를 남성이 아닌 여성으로 설정했겠는가? 어떻게 에디는 에드워드가 아닌 에드위나로 존재하게 되었을까? 라고 되묻겠다. 실제로 내가 아는 한 NBA에서 여자 감독은 이전에도 없었고 지금도 없다. 거기에 카메오로 깜짝 출연한 당시 뉴욕시장 줄리아니가 극중 인터뷰 장면에서 에디의 감독 취임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여성의 평등권이 신장되었다는 취지의 답변을 내놓는 것으로 보아 결론적으로 그가 아니라 그녀가 된 것은 영화에 드라마틱한 감동을 더 극대화하여 부여하기 위한 의도적 설정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거기다 심지어(?) 흑인이다. 그럼 또 이렇게 반문하겠지. 사회적으로 봤을 땐 흑인이 마이너리티(minority)이지만 농구는 다르지 않느냐고. 물론 NBA 리그에서 흑인은 머조러티(majority)이다. 단 선수(player)에 한해서. 지금이야 흑인 감독(그것도 대개는 선수 시절에 꽤나(?) 이름을 날렸던 이들)이 꽤나 많아졌고 심지어 히스패닉 감독도 생겼지만 당시만하더라도 감독, 코칭스태프에 있어서는 백인이 절대다수였다. 지금도 여전히 감독은 백인이 흑인보다 더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결론적으로 <에디>는 지극히(?) 평범한 시민인 한 흑인 여성이 미션 임파서블을 미션 파서블로 만드는 대단한 성취를 그리는 영화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피 골드버그를 캐스팅한 전략은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판단된다. 지금은 한물간 배우가 됐지만 당시에는 그래도 꽤 잘나가던 흑인 여배우였다. 당시에 잘나가던 흑인 여배우는 많지 않았고 그들 중에서는 제일 잘나갔던 배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코미디 배우로 인식이 굳어진 감이 크지만 사실 정극 연기도 매우 뛰어난 배우다. '처음 만나는 자유'만 보더라도 알게 될 거다. 그럼에도 코미디 배우로 기억되는 것은 주종목이 코미디인 탓이다. <에디>에서 그녀는 자신의 역할을 능청맞을 정도로 개구지고 익살스럽게 천연덕스러운 연기로 소화해내며 천생 코미디 배우임을 더 깊게 각인시킨다. 그러나 영화가 너무나 후진 탓에 그녀의 연기는 빛이 바랬다. 솔직히 내 느낌에 연기가 좀 과하긴 했다. 물론 영화 자체가 이미 과잉 상태이기에. 아마도 그것은 90년대의 시대적 특징이 녹아든 탓도 있지 않을까? 내가 보기에 사실 흑인 배우들은 기본적으로 영적인 힘이 있는데 특히나 우피가 그렇다. <에디>에서 극중 감독으로 부임한 그녀가 첫 데뷔 경기에서 맥 빠진 선수들을 독려하며 "Defense! Defense!"를 큰소리로 외쳐댈 때 그런 느낌을 받았다. 마치 승리의 전령사가 되기로 작정이라도 한 듯 선수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려 애쓰는.. 방언 터지듯 승리의 주문을 외우는 영적 지도자 같은... 아무래도 지금까지도 우피의 대표작이자 그녀에게 오스카 트로피를 선사한 영화 '사랑과 영혼'의 무의식적 영향 때문인가. 공교롭게도 그녀는 거기서 영매 역할을 맡았었다. 재밌는 건 <에디>에서 '사랑과 영혼'이 패러디된다는 건데, 정확히 말하면 거기서 우피가 연기했었던 영매 '오다 메이'가 그것의(패러디) 대상이 된다. 내용인즉슨 극중 그녀가 거느리는 선수 중 한 명(캐릭터 이름 말고 실제 이름 '릭 팍스')이 라커룸 인터뷰에서 에디를 두고서 "감독처럼 설치는 무당"이라고 대사로 표현했던 것. 은근히 재치 있고 기가 막힌 패러디가 아닐 수 없다. <에디>는 스토리도 스토리이지만 그보단 우피의 개인기에 많이 기대는 영화가 아닐까 여겨진다. 우피가 가진 특유의 캐릭터를 영화에서 막무가내로 이용해먹는 듯한 느낌. 어쨌거나 영화는 무척이나 진부하고 유치하며 알맹이가 없다. 뻔하고 참을 수 없는 가벼움으로 일관한다. 더구나 관객들에게 누구나 노력만 하면 기회만 잘 잡으면 아무리 평범한 사람도 영웅이 될 수 있다는 헛바람을 주입시키는 전형적인 대책 없는 미국식 낙관주의로 거부감을 갖게 한다. 더 이상은 안 속는다. 그 모든 게 판타지이고 현실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미국식 판타지로 화려하게 채색한 천민자본주의의 교활한 세뇌 전략에 불과하지.
프로 선수들이다.. 그것도 미국의 프로 선수들.. NBA 리그. 자본주의의 최첨단을 달리는 존재들. 거기에는 나이도 없고 위아래도 없으며 오로지 실력 그에 따른 연봉 몸값이 서열 기준이 된다. 감독이 꿔다 놓은 보릿자루 혹은 시다바리가 되기도 한다. 한번 연습 장면을 보라. 농구 코트 위에서 누구는 광고 촬영을 하고 있고 다른 누군가는 담당 변호사와 이혼 서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으며 또 다른 한쪽에선 쿨쿨거리며 낮잠을 자고 있다. 참으로 쇼킹한 광경이 아닐 수 없다. 문화적 충격이랄까? 한마디로 다른 세계인 것이다. 그렇게 최고의 무대에서 최고의 돈을 받고 뛰지만 사실은 빈곤하다. 더구나 꼴찌 팀이고. 프로의 세계는 정말이지 냉정하고 비정하다. 실력이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가차 없이 벤치로 나앉거나 몸값이 떨어지고 다른 팀으로 쫓겨나며 심하면 마이너 리그로 방출된다. 잘하면 띄워주고 못하면 가차 없다. 어쩌면 그들이 오만방자한 것도 한편으론 이해는 간다. 그 값을 하는 거다. 잘나갈 때 그렇게라도 해보는 거지. 그렇게 철저하게 자본주의화되어 돌아가는 시스템이라 그런지 그들은 올림픽 금메달보다 자국(NBA) 리그 챔피언 반지를 더 소중하게 생각하고 크게 여긴다. 그렇게 명예보다는 돈을 쫓는 그들 앞에 모성애를 앞세워 엄마처럼 모든 걸 품어줄 듯한 이상하면서 이상적인 존재가 나타난 것이다. 사실 애초에 그녀는 와일드 빌이 말한 것처럼 일종의 홍보용.. 그러니까 사기진작 차원에서 팀 분위기를 좋게 만들고 띄워주고 선수들을 토닥여주는 역할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녀가 닉스를 성공적인 팀으로 이끈 것은 기술적인 부분이 아니라 선수들의 사기를 북돋워주고 그들의 가능성을 끌어내며 위무하고 동기 부여를 만드는데 박차를 가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영화는 모성애를 바탕으로 한 에디의 리더십과 용병술이 좌충우돌 오합지졸에 대한 성공적인 길들이기를 보여주며 결국 농구는 팀플레이가 중요한 핵심임을 다시금 강조한다. 개인플레이에 대한 일침을 가하면서. 패잔병들 같은 오합지졸들 데려다가 성공적인 좋은 팀으로 만들기의 임무 수행 성공 완료.
사실 '에디'(물론 애칭 이다만)라는 이름에서 이미 느껴지듯 극중 그녀는 여성성이 상당 부분 희석되고 거세된 남성성이 부여된 인물이다. 그러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거로서, 일반적으로 감독이라는 자리가 상징하는 느낌은 여성성보다는 남성성에 매우 가까우며 또한 그녀의 활동 무대 NBA는 남자 농구 리그다. 그리고 코트 위에서의 그녀의 정장 패션. 결정적으로 에디를 연기한 우피 골드버그라는 인간 자체가 기본적으로 여성성 혹은 여성적 매력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 인물이므로.
주인공 에디에게 뉴욕 닉스는 단순히 자신이 응원하는 지역 프로팀이 아니라 일종의 정체성이자 전부이며 삶이고 일상이고 문화이며 종교다. 이것은 미국이란 나라에서 미국인들에게 프로 스포츠가 차지하는 의미가 어떤 것인가를 보여주는 아주 적절한 예가 될 것이다. 여기서 뉴욕 닉스라는 이름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 보스턴 레드삭스이건 뉴욕 양키즈이건 댈러스 카우보이즈이건 중요한건 일종의 종교처럼 되어버린 프로 스포츠의 중독성의 폐해이다. 이것은 대한민국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내 몸속에는 파란 피가 흐른다는 거북한 우스갯소리도 있지 않은가. 그것은 획일화이기도하고 그만큼 문화가 다양하지 않다는 협소함에서 오는 일종의 빈곤 상태라는 것이다.
농구 경기 관람하러 가는데 소개팅 나가는 듯한 옷차림으로 한껏 치장하며 나오는 친구나 그런 친구의 메릴린 먼로처럼 하고 나오라는 어이없는 충고에 더 어이없게도 'MONROE'라고 뒤에 이름이 새겨진 저지(jersey)를 입고 무늬만 먼로 코스프레를 하고 그녀와는 반대로 선머슴처럼 차려입고 등장하는 에디나.. 참 유유상종이다. 재밌는 사실은 영화 속 등장하는 뉴욕 닉스 선수들이 실은 진짜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실제 농구 선수들이다. NBA 선수들이지만 사실은 소속팀은 전부 따로 있다. 다른 팀의 선수들을 그것도 실력이 출중한 선수들은 출연할리 만무하니(몸값도 그렇지만 스케줄도 바쁘고 부상 관리 때문에라도) 고만고만한(?) 선수들 몇 명을 각 팀에서 한 명씩 끌어와서 닉스 유니폼을 입히고 닉스 선수들인 것처럼 영화에서 설정하여 나온 것이다. 실제 뉴욕 닉스 선수들은 출연하지 않았다. 출연했어도 거의 엑스트라 수준으로 나왔겠지. 단 극중 닉스와 붙었던 다른 팀의 선수들은 실제 해당 소속팀 선수들이다. 심지어 극중 닉스 선수들은 자신의 실명(HIMSELF)으로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예명 즉 극중 이름을 달고 나온다. 닉스 선수들로 나오는 이들 중에 얼굴만 봐도 낯익은 선수들 몇 명이 있다. 대표적으로 당시 기준으로 인디애나 페이서스의 마크 잭슨, 후에 코비와 함께 레이커즈 황금기를 구축하는 릭 팍스. 나머지는 저렴한 이름값 덕분에 잘 모르는 이들이고. 다만 상대팀으로 등장했던 레이커즈의 닉 밴 엑슬이나 블라데 디바치, 영화 오프닝에 에디의 농구 생중계로 언급되는 스퍼드 웹, 영화의 대미를 장식하는 마지막 경기 장면에서 샬럿 호니츠의 래리 존슨, 먹시 보그스는 추억의 이름들이다. 지금은 전부들 코트에서 사라진지 오래다. 아! 맞다. 닉스 선수로 나오는 그렉 오스터택도 있다. 후에 마이클 조든의 시카고 불즈와 파이널에서 맞붙으며 혈전을 벌였던 유타 재즈의 나름 비중 있는(?) 멤버였던 그다.
또 하나 흥미로웠던 건 미국의 디스 문화. 그들은 상대방이 상처받든 안 받든 신경도 안 쓴다. 실제로 상처받지도 않는다. 그저 일상적 문화다. 쿨한 건지 사악한 건지. 코트 위에선 선수들의 신음소리나 관중들의 함성소리, 하드우드와 농구화의 마찰 소리뿐만 아니라 경기 중 끊임없이 그들끼리 주고받는 말들, 소리치고 탄식을 내뱉고 고함을 지르며 무엇보다 상대팀끼리 서로 디스하고 방해하는 소리들로 가득 찬다. 때론 야유도 흘러나온다. 예외가 없다. 모두가 동참하는 것이다. 선수, 감독, 관중 모두. 한 예로 극중 에디와 NBA의 전설적인(?) 악동 데니스 로드먼의 입씨름을 보라. 거침없다. 유치하지만 위트 있고 졸렬하지만 나름 내공(?) 있는 디스를 보여준다. 마치 입으로 농구를 하는 것 같다. 오죽하면 트래쉬 토커라는 말이 나왔겠나. 게리 페이튼이 그걸로 유명했었지.
<에디>는 깜짝쇼가 빈번히 등장하는데 사실은 이 영화 자체가 깜짝쇼가 아닌가 싶다. 극중 프랭크 랜젤러가 연기한 와일드 빌의 구단주로서의 첫 취임 등장은 우스꽝스럽기 그지없다. 말발굽에 농구화를 신긴 말을 타고 카우보이모자를 쓴 채 등장한다. 구단주가 맞나 의문스러울 정도로. 마치 싸구려 서커스 광대(마술사) 같은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그러면서 텍사스 출신이라는 자신의 뿌리를 관중들에게 상기시키려는 듯 남부 사투리로 인사를 한다. Howdy! 우리로 말하면.. 안녕하신교? 애향심이 투철한 그는 뉴욕에 와서도 지방색을 탈색하지 못하고 틈만 나면 고향 운운하는데 그럴 바에야 차라리 댈러스 매버릭스의 구단주가 되는 게 더 좋았을 뻔했다.
마지막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 에디가 경기 종료 십 분을 남겨놓고 코트 중앙으로 걸어 들어가 마이크를 들고 와일드 빌에게 개과천선을 요구하며 정신 차리라고 훈계하고 설교하면서 닉스에 대한 애정을 과하게 어필하는 장면은 참을 수 없는 천박한 가벼움에서 진지하고 비장한 분위기로의 급작스런 전환이 가져오는 손발이 오그라드는 듯한 실소를 관객에게 안겨준다. 관객을 마치 바보로 여기는지 허술한 반전을 보여주며 날조된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모든 스포츠 영화가 다 그런 건 아니다. 전형성 안에서도 좋은 영화들이 있고 그 틀을 깨는 좋은 영화들도 있을 것이다. 농구 영화 중 명작으로 꼽히는 영화들이 있다. 예를 들면, 후프 드림스.. 후지어.. 그런 영화들이 있겠지.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영화 <에디>는 졸작이다. 정말 말 그대로 안전빵으로만 가는 영화. 전형적인 스포츠 영화의 이야기 전개와 천박하고 소란스러운 코미디, 쇼맨십으로 일관하며 결말은 해피 엔딩임을 일찌감치 예견하는 단세포 내러티브의 영화.
이 영화는 카메오 출연으로도 재미를 주는데 그 당시 미국의 뉴욕시장 줄리아니는 물론이고 도널드 트럼프, 명진행자 데이비드 레터맨의 비교적(?) 젊었던 시절을 볼 수 있다. 특히 줄리아니는 '성질 죽이기'에서도 카메오로 나오는데. 거기서 영화의 피날레를 화려하게 장식하는 야구장 프러포즈 장면에 등장하지. 이제 보니 영화 카메오 출연을 꽤나 즐기는 양반이로군. 재밌는 건, 두 영화 사이에 스포츠라는 공통분모가 형성된다는 것. 심지어 여기서는 줄리아니 뉴욕시장의 전임 뉴욕시장도 등장한다. 골 때린다. 극중 우피의 대사로 이름이 언급되었지만 실제 잭 니콜슨까지 나왔으면 대박이었겠다. 물론 비싼 몸 니콜슨이 이런 잡스러운 영화에 나올리는 없지만. 공교롭게도 레이커즈와의 원정 경기에서 대사로 언급된다. 왜냐고? 니콜슨이 소문난 레이커즈 광팬이거든. 극중에 우피가 니콜슨에게 싸인 받겠다고 말하는 장면이 웃겼다. 배우(스타)가 배우(스타)한테 싸인 받는 격이니 말이다. 나름 아이러니컬한 뼈있는 유머. 디카프리오 역시 레이커즈 팬이다. 동시에 니콜슨 팬이기도 할 테지. 배우로서 자신의 롤 모델이니까. 레이커즈 팬이 많을 수밖에 없다. 왜냐고? 할리우드 스타들이잖아. 아무래도 LA를 연고지로 하는 레이커즈 팀에 몰릴 수밖에 없지. 물론 LA를 연고지로 하는 또 다른 팀 클리퍼즈도 있다. 시아 라부프가 대표적인 클리퍼즈 팬이다. 그럼 뉴욕 닉스는? 뉴요커 우디 앨런을 빼면 섭하지. 스파이크 리 역시 닉스 팬이다. 지금도 그런지 모르지만 한때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닉스 홈경기를 관람하는 이 둘의 얼굴이 심심찮게 카메라에 포착되던 시절이 있었다. 극중에서 러시아 출신의 선수 이반(영어로는 아이번)은 레이커즈와의 원정 경기에서 상대 팀의 어느 키 큰 백인 선수와 악수를 하며 짧은 안부를 주고받는데 그 장면을 보면서 무릎을 쳤다. 다름 아닌 그 선수는 블레이드 디백. 유고(지금으로 말하면,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출신 선수인데 그 나라 발음으로는 블라데 디바치. 그러니까 같은 동구권 출신 선수끼리 덕담을 나눈 것이다. 비록 다른 팀이지만 나름(?)의 고향 친구로서 타국에서의 외로움과 그리움을 서로 달래는 듯한 모습이었기에 아이러니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장면이었다.
★
최악의 영화에 가까움. 우피 골드버그의 원맨쇼로 영화의 대부분을 할애한다. 보는 관객이 다 지친다. 이야기적 재미는 고사하고 심지어 농구 영화임에도 농구 경기 장면들마저도 그닥 멋스럽지도 박진감 넘치지도 않았던 것 같다. 더는 할 말 없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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