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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나무 흰 꽃들은 등(燈)을 세우고 1 / 이성복

찰나21 2019. 6. 28. 20:53



노오란 꽃들이 종아리 끝까지 흔들리고 나는 식당으로 밥 먹으러 간다 발정난 개처럼 알록달록한 식욕을 찾아, 지름길을 버리고 여러 개의 정원 같은 세월의 골목을 돌아 나는 추억의 식당으로 간다 내가 몸 흔들면 송진 같은 진액이 스며나오고, 발길에 닿는 것마다 조금씩 슬픈 울음을 울기 시작한다 언제 와도 좋은 길을 나는 처음인 듯 이렇게 걸어 보는 것이다 으 으 으 벙어리의 입 모양을 지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