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

Paycheck

찰나21 2010. 8. 17. 17:26
영화 줄거리
회사 내의 일급 프로젝트를 위해 일하는 천재 공학자 마이클 제닝즈. 회사의 기밀 유지를 위해 기억을 지우는 대가로 두둑한 금액을 챙기는 제닝즈. 그는 친구인 지미 레스릭의 파티에서 '레이첼' 이라는 이름의 여성을 만난다. 그리고 곧바로 레스릭과의 약속대로 거대 프로젝트를 위해 또 한번 기억을 지우는 제닝즈. 이번엔 무려 3년이다. 3년 후, 제닝즈에겐 3년간의 기억이 머릿속에 존재하지 않는다. 어느 날, 은행에 간 제닝즈는 자신이 엄청난 금액의 보수를 포기하는 대신 하찮은 잡동사니들이 담긴 봉투를 대신 택했다는 믿지 못할 사실을 알게 되고 곧이어 그는 연방수사국 요원들에 의해 잡혀가는데...
영화 감상평
나의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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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꽤 볼만한 영화다. <페이첵>은 '마이너리티 리포트'와 비교된다. 일단 소재가 비슷하고 무엇보다 원작을 쓴 작가가 '필립 K. 딕'이라는 사람으로 동일인물이다. SF소설 작가로 너무나도 유명한 사람이다. 사실 <페이첵>이 영화로서 이토록 흥미로울 수 있는 것은 필립 K. 딕의 공이 절대적이다. 오우삼이 영화에 기여한 바는 그렇게 크지 않다. 다만 액션 시퀀스는 끝장액션으로서 액션전문 감독답게 박진감 있는 연출을 보여준다. 카메라 구도도 좋고 속도감이 굉장하다. 그러나 그나마 칭찬하는 액션장면도 그리 창의적이지 못하다. 그저 우격다짐식의 투박하고 약간은 진부한 액션장면들이 많다. 이렇듯 필립 K. 딕 이라는 작가의 원작을 영화화하는데 있어서도 오우삼과 스필버그는 연출력의 차이를 보여준다. 오우삼은 역시 스필버그를 따라올 수 없다. 스필버그만큼의 공력이나 내공이 그에겐 많이 부족한 듯 보인다.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액션 시퀀스들을 보라. 얼마나 창의적이고 독창적인가. 거기다가 '마이너리티 리포트'에는 있는 깊이감이나 무게감을 <페이첵>에선 찾아볼 수가 없다.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비하면 화면은 평면적이며 왠지 가볍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소재가 흥미롭고 플롯이 비교적 잘 짜여져있어 미스터리 스릴러로서는 제몫을 다한다.

 

'기억'이란 소재는 이전의 할리우드 영화에서도 줄기차게 반복되어온 스토리다. 한마디로 그렇게 신선한 소재는 아니라는 얘기다. '메멘토'나 '이터널 선샤인' 그 외에도 많은 영화들에서 '기억'이란 소재를 다루어왔다.

 

근데 사실 <페이첵>에서 더 중요한 소재는 '미래'다. 미래가 화면을 통해서 예언이 된다는 것. 이것은 '마이너리티 리포트'와 동일하다. 어차피 같은 뿌리에서 나왔으니 놀랄 일은 아니다. 필립 K. 딕은 이 분야에서는 천재다. 영화를 보면서 놀란 건, 어쩌면 이렇게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는가하는 것이다. 이런 소재를 생각해내는 힘도 대단하지만 이야기 과정에서 보여주는 사소한 디테일에 더 놀라 자빠질 정도다. 영화의 주인공 '마이클 제닝즈'는 거의 맥가이버 수준이다. 근데 정작 대단한 사람은 제닝즈가 아니고 이런 아이디어를 생각해낸 필립 K. 딕이다. 이럴 때마다 '미국 놈들은 정말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어디서 저런 창의력과 독창성이 나올까? 정말 뇌를 한번 보고 싶다.

 

사실 이런 영화들을 보면 항상 곤욕스러운 게 전문용어가 많이 나와서 이해하는데 있어서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사실이다. 그런 게 참 짜증난다. 그리고 보통 이런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의 영화들은 플롯이 복잡하게 얽혀있어서 내용을 확실하게 짜 맞추는데 있어 시간이 오래 소모된다는 단점이 있다. 그게 재미이기도 하지만 머리가 빠개지니 고통스럽다.

 

<페이첵>은 필립 K. 딕의 원작을 기본으로 했지만 곳곳에 오우삼의 흔적이 발견된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 열린 문틈 사이로 하얀 비둘기가 날아 들어오는 장면은 대표적인 예다. 비둘기는 오우삼의 트레이드마크다. 이미 그의 전작인 '페이스 오프'와 '미션 임파서블 2'에서도 비둘기는 등장한다. 비둘기는 평화를 상징하는 새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그의 영화는 폭력적이다. 폭력적이고 사악한 세상에 평화는 더더욱 필요한 법. 평화를 몰고 온 비둘기 덕분인지 결말은 해피엔딩이다. 솔직히 비둘기가 갑자기 등장할 때, 역시나 하면서 한숨이 나왔다. 그럼 그렇지 하면서. 오우삼은 왜 그렇게 비둘기에 집착을 하는지. 물론 영화에서 상징적인 의미로 쓰였지만 동시에 의도적으로 집어넣은 장면이다. <페이첵>에선 재밌는 장면이 등장한다. 제닝즈가 달려오는 지하철에 쫓겨 지하철 철로를 허겁지겁 달려가는 장면은 히치콕의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에 대한 오마주다. 그리고 하나 더, 마지막 부분에 제닝즈와 지미 레스릭이 서로 마주보며 총을 겨누는 장면은 감독 자신의 작품인 '페이스 오프'에 대한 패러디다. 이와 비슷한 장면은 또 등장하는데, 영화 중간부분에서 인물만 한명 바꿔서 먼저 등장한다.

 

'킬 빌'에서의 유마 서먼을 기억한다면, <페이첵>에서의 유마 서먼의 액션연기는 좀 약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래도 '레이첼'은 남자한테 보호만 받는 여자 캐릭터는 아니니까.

 

사실 이 영화에서 나오는 내용들이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볼 수가 없다. 현실에서도 있을법한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미래를 알고 싶어하지만 제닝즈의 말대로 미래를 알면 그 사람에겐 미래가 없는 것이다. 신비로움을 앗아가고 희망을 앗아간다. 맞다. 때로는 모르는 게 약이 된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사는, "인생에서 최고의 것들은 실수투성이다"라고 말하는 유마 서먼의 대사였다. 나도 이 대사를 받들어 살았으면 좋겠다. 실수를 왜 두려워하는가? 이 세상에서 실수 안 하는 사람이 어딨다고. 근데 왜 그렇게 완벽을 추구하는지 모르겠다.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닌데. 실수하는 게 큰 일도 아닌데.

 

제닝즈는 결국 자신의 미래를 바꿨다. 운명은 정해져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개척하는 거다. 설사 정해져있다 하더라도 노력이나 변수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마이너리티 리포트'와 같은 결말이다.

 

과거는 이미 지나갔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 난 늘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이다. 오직 그것만이 나를 말해준다.  

 

★★★

미스터리 스릴러로서 흥미를 충분히 갖춘 영화. 액션도 통쾌하다. 오우삼의 연출력보단 필립 K. 딕의 원작이 영화를 살렸다고 본다. 같은 원작자의 다른 작품인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비하면 연출력이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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