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

The Wrestler

찰나21 2009. 6. 30. 00:15
(2008/미국,프랑스)
장르
드라마, 스포츠
영화 줄거리
80년대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했던 레슬러 '랜디 "더 램" 로빈슨'. 20년이 지난 지금, 랜디는 퇴물 레슬러가 되어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싸인을 요청하는 팬이 있을 정도로 아직도 이름값을 날리고 있다. 레슬링 경기를 마치고 탈의실에서 걸어가던 랜디는 구토를 하더니 갑자기 바닥에 쓰러지고 만다. 병원에 입원한 랜디는 심장발작이라는 진단을 받더니 의사로부터 레슬링을 그만두라는 조언까지 듣는다. 링을 떠나기로 결심하고 사회로 나가 식료품 상점에서 일을 하고 유일한 혈육인 그의 딸 '스테파니'에게도 찾아간다. 그의 단골 술집의 스트리퍼 '캐시디'의 조언을 듣고 스테파니에게 옷을 선물하는 랜디. 그러나 링이 아닌 세상 밖에서의 생활에서도 적응을 하고 행복하다고 여겼던 랜디의 생각은 오래가지 못하는데...
영화 감상평
나의 평가
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

최고의 영화는 아니지만 좋은 영화다.

 

미키 루크의 온 몸을 던지는 연기.. 뿐만 아니라 카리스마 있는 연기는 아니지만 잔잔한 감동을 주는 그의 연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머리사 토마이는 역시 조연급으로 아주 훌륭한 뒷받침을 해준다. 적지 않은 나이에 여전히 빼어난 미모와 몸매를 자랑한다. 에번 레이철 우드는 역시 실망시키지 않는다. 그녀는 항상 비슷한 역할을 연기한다는 느낌을 준다. 출연 분량은 많지 않지만 역시 보는 나로 하여금 각인을 시켜주는 연기를 보여준다.

 

대런 애러노프스키 감독은 '레퀴엠'을 연출한 감독이다. 사실 그는 '테크니션'이라 불린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면 테크닉 적인 장면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누군가는 이 영화를 보고 투박하다고 했지만 글쎄.. 그건 잘 모르겠고.. 투박하다기 보단 세련되지 못하다는 표현이 적절할 듯싶다. 뭐 비슷한 의미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내가 보기엔 '더 레슬러'에선 굉장히 절제된 연출력을 보여줬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특별한 내용은 없다. 간단히 말해서 한때는 잘나갔지만 지금은 퇴물이 된 레슬러가 링을 떠나지만 결국 다시 링으로 복귀한다는 스토리다. 사실 단편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매우 간단한 내러티브를 가진 영화라 생각된다. 하지만 '더 레슬러'는 할리우드 장편영화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내 마음을 은근히 울린다.

 

사실 초반에 계속 레슬링 경기 장면이 나오고.. 탈의실에서의 모습이 나오고... 공간이 주는 답답함이 느껴졌다. 마치 내가 숨이 막힐 것 같은 느낌이었다. 드디어 바깥의 장면이 나올 때 시원함이 느껴졌다. 근데 정말 역설적이게도 '더 레슬러'의 주인공 랜디는 나와는 정반대의 느낌을 가졌다는 것이다.

 

그가 심장질환 때문에 링을 떠나서 세상으로 향하지만 결국 다시 링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에게 링은 단순한 직장이 아니라 가정이고 살아 숨 쉴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그를 응원하는 관중들은 그에겐 가족이나 다름없다.

 

그는 세상으로 나올 때 두려움과 설레임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세상으로 나오지만 그에게 그 세상은 링보다 더 가혹하고 냉정한 곳이었다. 그 곳에서는 숨쉬기조차 어렵고 냉대와 상처만 그에게 안겨줄 뿐이다. 그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다고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결국 그가 할 수 있는 건 레슬링 밖에 없다. 링에 있을 때 만큼은 그는 행복하다. 웃기는 건 경기를 관전하는 나는 레슬러가 괴로워 보였지만 정작 그는 그걸 즐기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행복이란 것도 결론적으로 남이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족하는 것이다.

 

그는 외롭지 않다. 그에겐 레슬링이 있고 그를 격려해주는 동료가 있으며 그에게 환호를 던지는 팬들이 있으니까...

 

그에게 링은 현실이자 희망이다.

 

링에 다시 돌아간 그를 걱정해서 그에게 달려온 캐시디에게 그는 이렇게 대답한다.

 

"내 가슴 찢기는 건 바로 저 세상인걸. 세상은 나 같은 거 관심 없어. 들려? 저게 바로 내 세상이야."

 
★★★★
 
(평점: 8)배우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소규모의 영화지만 깊은 안목을 가지고 출연하여 훌륭한 연기를 보여줬다. 세련되진 않지만 절제된 연출력을 보여준 감독에게도 박수를.. 어쩌면 링보다 세상이 더 가혹한지도 모른다.